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며 주위 사람들과 술자리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한 해를 즐겁게 맞이하는 것은 좋지만, 과한 음주는 ‘치질’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치질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61만3544명으로 2016년(54만9057명)보다 약 5만명 늘었다. 치질은 어느 한 연령대에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병하는 편이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2020년 1월 치질 치료를 받은 환자는 8만1870명으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치질은 항문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질환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치핵은 치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항문 질환 가운데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치핵은 항문 안쪽의 혈관이 늘어나 혈관을 덮고 있는 점막이 늘어져 빠져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두 발로 걷는 영장류에서만 관찰되는 질환이며 항문 안쪽에서 발생하는 내치핵과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외치핵으로 구분한다. 치핵은 증상 초기에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진행되면 수술하지 않고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질환 특성상 이를 숨기고 있다가 병을 더 악화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치핵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식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과도한 음주는 혈관을 확장해 치핵의 위험을 키우게 된다.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특별히 치질을 조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어들게 되고 두껍고 꽉 끼는 옷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치핵은 증상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대변을 볼 때 가끔 출혈 증세가 있으며 치핵이 항문 내부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라면 1도 치핵 △대변을 볼 때마다 출혈이 동반되거나 치핵 부위가 항문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수준이라면 2도 치핵 △항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항문조직을 손으로 넣어줘야 들어가는 상태는 3도 △항문 조직을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는 4도 치핵으로 분류한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좌욕이나, 정맥 혈류개선제 같은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2도 수준의 치핵이라면 적외선 치료나 고무링 결찰술 같은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증상이 많이 악화된 3~4도 단계라면 수술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유선경 세란병원 외과 부장은 “기온이 낮은 데다 활동량이 적은 시기에 자주 음주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통증과 함께 이물감이 드는 외치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 초기에 병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가 진행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만큼 꺼리지 않고 치료에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류 위주의 식단보다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변비를 예방해 항문 주위에 혈류가 정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치핵이 생겼다면 35~40도 물을 욕조에 받아 5분 정도 여러 번 반복하는 게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