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 전력은 ‘프리미엄’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선물 수요가 높아진데다, 이번 설 명절부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선물 가능 금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한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선물세트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보다 58.6%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설과 추석에도 선물세트 매출이 역대 최고치였는데, 올해 설을 앞두고 그보다 매출이 더 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설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사전 예약판매 기간 매출이 지난 설대비 60% 늘었고, 특히 정육(55.1%), 수산(78%)과 함께 '홈술' 트렌드의 영향으로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108%) 선물 세트도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예약판매 실적도 지난 설 대비 9.1%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던 2020년 설과 비교하면 매출이 78% 늘어났다. 주류(35.8%)와 건강·차(42.3%) 관련 상품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김영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10만∼20만원대 선물의 매출도 지난해 대비 28% 더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본 판매 때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초고가 한우 세트, 고급 수산물과 와인 등을 선보이며 수요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본 판매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강화에 나섰다. 사전 예약 기간 10만원 이상 제품의 매출이 30% 신장된 점을 고려했다. 냉장 한우 물량은 10%, 굴비 물량은 30% 더 준비했고, 프랑스 메독 1등급 컬렉션 5대 샤또 와인 5종은 각각 12병씩 한정으로 선보인다. SSG닷컴도 이날 시작한 본 판매에서 20만원 이상 프리미엄 선물 세트에 힘을 준다.
롯데마트도 본 판매 기간 프리미엄 선물 물량은 20%, 10만∼20만원대 제품은 10%가량 확대했다. 롯데마트의 사전판매 기간 한우 매출은 33.3%, 10만∼20만원대 선물 매출은 51.5% 늘어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항생제 지리산 한우는 100세트 한정으로 선보이고, 위스키 등 주류 상품 종류도 보강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설 선물용 해산물 선물세트를 지난 추석보다 10% 이상 많은 5만여개를 준비했다. 특히 7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선물세트의 물량을 20% 늘렸고, 최상위 등급의 품목으로만 구성된 '시그니처'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외에도 명절 대표 고가 선물 한우를 역대 최대 물량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샤인머스캣과 망고 등을 넣은 10만 원대 중반의 고급 과일세트도 지난해보다 20%가량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 명절이 이어지면서 고가 선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예전에는 가성비 위주로 선물세트가 꾸려졌다면 지금은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김영란법 완화로 농·축·수산물 선물 가능 금액이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