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명 다녀갔고, 오늘은 손님 한명도 없었어. 코로나19 때문에 그냥 문 닫는 데도 많고, 봐봐 다 텅텅 비었잖아.”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의 의류 쇼핑몰 밀리오레. 2층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A씨는 이같이 한숨 쉬며 말했다. 그는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사장들이 매일 혼자 매장을 지키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씁쓸해 했다. 그의 말처럼 2층 매장에는 중년 여성 세 네 명만이 손님의 전부였다.
대한민국 패션 1번지 동대문 쇼핑몰이 텅 비어가고 있다. 주력 고객층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고, 내국인 손님들도 온라인으로 옮겨간 탓이다. 점포 사장들은 서로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멍하니 않아 무력하게 복도만 바라볼 뿐이었다.
밀리오레 3층 매장에서 만난 B씨는 “몇 해 전만해도 중국 관광객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올 만큼 북적였지만 이젠 과거일 뿐”이라면서 “온라인 쇼핑으로 젊은 고객들도 사라져 하루에 손님 받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에는 새벽까지도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오후 6시나 9시에 집으로 향하는 사장들이 대다수"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은 100만 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중국 관광객은 15만85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6% 감소했고 , 미국과 일본도 18만7220명, 1만4258명으로 각각 101%, 96.7% 감소했다.
매출 급감으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었다. 아예 임대료를 내지 않고 관리비만 내는 점포들도 많았다. 쇼핑몰 입장에서도 자리가 텅 비는 것보다 관리비라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상인은 “원래 목이 좋은 자리는 임대료가 300만원정도 되는데, 50만원까지 깎아줬다, 근데 그마저도 못 내자 아예 관리비만 내는 곳도 많다”라고 했다.
남성복 매장에서 만난 점주 C씨는 “코로나19 이후 개시도 못하는 날(아직 하나도 팔지 못했다는 뜻)이 대부분”이라며 “주말에도 평일과 큰 차이가 없다. 관리비도 30만원가량 되는데 이마저도 못 내서 이곳을 떠나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밀리오레 옆의 APM쇼핑몰에도 손님들의 북적거림은 없었다. 3층 남성복 매장에 들어서자 상인들은 간절하게 “이쪽으로 오시라”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나마 에스컬레이터 근처의 매장에만 상인들이 있었고, 이외 구석 자리에는 주인 없는 점포들이 방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15년간 장사를 이어왔다는 상인 이모씨는 “사드, 메르스 때도 버텼는데, 이젠 정말 끝 인거 같다. 올해도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과거처럼 커플과 젊은 손님들이 쇼핑백을 들고 복도를 오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3층 여성복 매장에서 만난 중년 여성 김선희씨는 “옷 주문은 인터넷이나 홈쇼핑으로 많이 하는데, 가끔 바람 쐴 겸 하면 동대문을 찾는다”면서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잘 안 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딸 이모씨 역시 “젊은 사람들은 동대문 이제 잘 안오지 않느냐”라며 “코로나에 날씨도 추우니 밖에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라며 매장을 나섰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동대문 상권의 입지는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패션 관련 도·소매점 34곳의 매출과 유동인구는 전년 대비 평균 7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간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D씨는 “지난해 손실보상금으로 10만원을 받고, 재난지원금도 몇백만원 받았지만, 앞으로 타격이 심해진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