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장애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수많은 환자들이 심각한 통증 등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판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치료가이드라인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24일 오후 6시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내부 및 소수 장애인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우 CRPS 환우회 회장은 “CRPS의 경우 객관화, 시각화될 수 있는 기준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상당수 환자들이 장애 인정대상에서 원천 배제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전체 CRPS 환자 수 대비 장애 인정비율은 0.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CRPS 자체가 통증에서는 중증에 해당하지만 알기 어려운 통증이라는 이유로 꾀병, 정신질환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장애 분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국뚜렛병협회 정연주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투렛장애를 정신계 질환이 아닌 신경계통질환으로 분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신장애로 분류하고 있다”며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렛장애를 정신적 장애로 분류하는 것을 재고하고, 분류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한 한국기면병환우협회 회장 역시 “기면병은 뇌 신경계의 질환으로 정신질환과는 다른 질병임에도 기면병이 정신장애로 포괄됨으로써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어 20~30대 기면병 환자들의 취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원철 강동 경희대병원 교수는 “현 장애유형 분류는 정신병이 병발되지 않은 신경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특히나 젊은 나이로 왕성한 직업활동을 해야 할 환자들에게 ‘정신병’이란 낙인을 얻게 하는 심각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면병, 투렛장애 자체만으로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우울증, 불안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돼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복지부가 만든 장애유형에 장애인을 끼워 맞추다 보니 발생한 문제로 장애 분류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진단 시기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권겸일 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는 “투렛장애의 경우 초기에 재활치료 등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지만 만20세가 넘어야 장애진단을 받을 수 있어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투렛장애를 갖고 있는 환우 중에서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투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의료서비스 범위 확대, 기면병 사회적 인식 개선, 뇌병변 장애 개념 확대, 산정특례제도 개선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종성 의원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장애 판정, 서비스 개발 등 정부의 역할이 매우 소극적”이라며 “앞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의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