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동탄, 의왕 두 곳에 신규점포를 냈다, 그 이후 회사가 힘들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으로 545명의 직원을 더 줄였다. 회사의 매출과 자산은 2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직원 수만 계속 줄고 있다.”
롯데백화점 근로자들이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 정책으로 근로 여건 악화를 호소하며 백화점사업부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과도한 성과주의를 내세운 기본급 삭감, 승진제한 조치 등 사측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직원에 전가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는 25일 오후 1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기본급을 삭감 가능한 신연봉제 폐지, 성과지상 인사제도 파기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신연봉제를 도입했다. 이는 인사 평가 제도를 연봉과 연계하는 것으로 전체 근로자의 10분의 1은 하위등급을 받게 된다. 하위등급이 3번 누적되면 기본급이 3~10%,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월 수당 등이 모두 삭감된다.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장은 신연봉제 도입을 두고 “사실상 간접적인 구조조정”이라며 “백화점을 제외한 롯데쇼핑 대부분 사업부의 지속적 적자 및 그룹경영 실패 책임을 백화점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성과지향 인사제도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노조 측은 “유통시장에서 경쟁력 저하로 롯데백화점은 필사적으로 이익을 올리기 위해 근로자 임금 삭감, 희망퇴직 단행과 이에 따른 빈자리에 전문계약직을 대체해 인건비를 절감하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사측은 10%의 저성과자 날인을 씌워 연봉과 퇴직금을 삭감시켜 스스로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있고, 내부 직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격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경쟁의식으로 팀웍은 실종되고 각자도생만이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동일직급 장기 체류자에 대한 이중 삼중 불이익 철폐도 촉구했다. 장기 체류자는 4회 이상 승진을 하지 못하고, 5개 성과평가 중 하위 2개 고과를 받은 적이 있는 이를 말한다. 1단계에서는 기본급이 동결되고, 2단계에서는 성과급 미지급이 3단계에선 업적가급 미지급, 기본급 삭감 등 조치가 더해진다.
최 지회장은 “회사는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동일 직급 장기체류 불이익을 1,2,3단계로 심화하여 적용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근로기준법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회사와 20년 이상을 함께해 온 직원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일본 기업 특유의 이윤 지상주의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직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도 나왔다. 전문직 직원은 문화센터, VIP바, 상품권사은데스크에서 근무 중인 실질적 무기 계약직 직원을 일컫는다.
노조는 “사측은 이들에게 성과급, 수당, 복지, 승진에서 정규직과 차별적 대우를 하는 등 직원들 간 계층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롯데백화점지회는 전문직 직원에게 당노조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끝까지 이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같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 같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 지회장은 “백화점사업부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사측은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와 근로 여건 개선에 책임을 느끼고 노조와의 면담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라고 밝혔다.
반면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신연봉제 도입을 두고 '기존 대기업에서도 진행하는 평가 기준'이라고 맞받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하위 등급이 3번 누적되면 기본급이 5% 정도 깎이는 부분인데, 실제로 많지 않은 경우"라며 "이와 같은 평가 제도는 지극히 일반적인 대기업에서 이뤄지는 평가 체계"라고 말했다.
이어 "10%가 하위고과를 받는다고 하는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20~30% 직원들은 더 많이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희망퇴직 같은 경우도 재직 20년 이상인 직원들로 진행을 했고,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의 혜택으로 500여명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도 "백화점 업태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쇼핑 증가로 과거의 명성만큼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새롭게 외부에서 대표도 선임하고 조직 개편과 변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