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은평구에서 자취 중인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 설날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도 고향에 내려가길 포기했다. 대신 박씨는 편의점에서 산 와인으로 ‘홈술’을 하고, 밀키트와 도시락으로 명절 분위기를 내 식사를 했다. 박씨는 “슬리퍼만 신고 집 앞 편의점에서 구매한 것들”이라고 했다.
편의점이 일상에 스며들며 대형마트의 자리를 밀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는 ‘슬세권(슬리퍼+역세권)’ 소비가 이어지면서다. 편의점들은 1~2인 가구 증가에 발 맟춰, 트렌드‧소포장 상품 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배달과 택배 등 일상 서비스도 확대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모습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계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3사의 매출은 대형마트 3사보다 많았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3사의 매출 비중은 전체 유통업에서 15.9%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비중 15.7%를 앞질렀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로 범위를 한정하면, 편의점 3사의 매출 비중은 30.7%로, 32.9%를 차지한 백화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대형마트 비중은 30.4%로 3위에 그쳤다. 산업부 통계에서 오프라인 유통업태의 매출 순위는 2019년까지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순이었다.
대형마트는 점포 수가 2020년 396개에서 지난해 384개로 줄어들고, 다중이용시설 기피 등까지 겹치면서 잡화, 가정, 생활, 가전·문화, 식품 등 대다수 상품군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은 근거리·소량 구매 경향이 확산하면서 가공·즉석식품을 포함한 식품군 매출이 늘고 담배 등의 매출도 늘었다.
편의점 매출 성장의 일등공신은 2030세대다. 그동안 편의점들은 강력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1인 가구가 다수인 2030세대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소포장, 트렌드에 맞춘 간편식, 재미를 주는 먹거리 등으로 ‘새로운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해왔다. 일례로 지난해 편의점 CU가 기획해 내놓은 ‘곰표밀맥주’는 SNS에서 화재가 되며 누적 판매량 600만개를 넘어섰다.
앞서 박씨는 “과자와 맥주 등 편의점 기획 상품은 호기심에라도 한번 씩 구매를 해보게 된다”라며 “사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평했다. 이어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1+1, 2+1 등을 이용하면 꼭 마트에 갈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편의점들이 생활밀착 서비스를 내세우며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최근 편의점들은 모빌리티 업계와 손잡고 ‘30분 내 배송’ 등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택배 사업도 확대 중이다. 이외에도 현금인출 뿐 아니라 세탁, 배터리 대여 등에도 나섰다.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만물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요인들로 편의점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편의점 3사 점포 수는 4만2277개로 전년 3만9962개보다 2315개 늘었다. 점포당 매출액도 지난해 4863만원으로 전년 4724만원 보다 2.8%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장보기의 대표 채널은 대형마트였지만, 소비 패턴이 다양화 하면서 이 같은 인식도 바뀌었다”라며 “1인 가구 증가 속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