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보다 돈? LH, 입맛대로 콘크리트 강도 '실패'

국민 안전보다 돈? LH, 입맛대로 콘크리트 강도 '실패'

LH, 자체 내구성 기준 마련했지만 건설기준위 부결
한준호 의원 "LH, 국토부 개정안 반대 이유 비용 때문"

기사승인 2022-03-18 13:30:06
쿠키뉴스DB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용 절감 등 이유로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고시(告示)로 강화한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기존 강도로 되돌려놓으려다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2월 고시를 통해 콘크리트 건물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고시는 국내 환경에 맞게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건물 철근 부식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최대 30메가파스칼(Mpa)까지 강화했다. 하지만 LH는 기존 강도인 24Mpa로 유지하기 위해 한국콘크리트학회에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콘크리트 강도를 나타내는 1Mpa은 콘크리트 1㎠의 넓이가 1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18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건설기준위원회는 전날(17일) LH가 자체 마련한 콘크리트 내구성 기준안을 상정했으나 부결했다. 건설기준위는 국민 주거 안정 강화라는 개정 취지와 건설현장의 콘크리트 시공품질 관리 부실 등 위원들 사이의 의견이 달라 부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지난해 콘크리트구조 설계 기준을 개정해 콘크리트 강도를 최대 30Mpa까지 강화했다. 현재 건설현장은 콘크리트 강도를 24Mpa로 하고 있는데, 이는 국외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더욱이 광주 붕괴사고 원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지목되는데, 콘크리트 강도가 낮을수록 건축물 안전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LH가 그런데도 강화한 콘크리트 강도를 따르지 않으려는 속내는 비용 절감 때문으로 업계는 꼬집고 있다. 실제로 LH는 콘크리트 강도를 24MPa로 유지하는 경우 연간 262억원 원가절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콘크리트 강도를 30MPa로 타설하는 경우, 24MPa보다 약 4만원 오른 가격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LH가 수익성을 위해 국민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H는 건설기준위에서 물결합재비(시멘트‧혼화재 대비 물의 비중)를 55% 이하인 경우 24MPa로도 30MPa의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실험실의 측정값일 뿐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는 물결합재비가 55%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제조 후 90분 안에 굳어버리는 콘크리트 특성상 건설현장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신속한 타설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결합재비를 55%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물을 줄이고 시멘트 함량을 늘릴 경우, 유동성이 떨어져 콘크리트 타설이 어렵다"며 "국토부가 광주 붕괴사고 조사 결과에서 콘크리트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가수(加水, 물을 더 함)가 있었다고 발표한 것도 동일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서류상 물결합재비 기준을 충족하지만, 실제 시공은 묽게 이뤄지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경고했다.

한편 최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LH가 비용 등 이유로 상향된 콘크리트 건설 안전기준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의원은 "LH가 국토부 개정안 반대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 붕괴사고 원인 중 하나로 불량 콘크리트가 지목되는 등 콘크리트 강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겨우 평당 2만원 세대당 약 39만원 때문에 국민의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LH에 국토부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LH가 오히려 콘크리트 강도를 하향 평준화하는 질적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며 "추후 해당 건물에 입주하는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LH는 최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콘크리트 강화하는 기준이 변경된 것은 맞다. 변경된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다만 부칙에 보면 (콘크리트 강도) 품질을 입증하는 경우 변경된 강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고 LH는 학회 등 자문을 거쳐서 품질 입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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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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