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2 스프링 스플릿이 2일 T1과 젠지 e스포츠의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결승전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2019년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서머 시즌 결승전 이후 2년 반 만에 오프라인에서 관중을 만났다. 킨텍스는 2012년 LCK의 첫 결승전이 열린 장소라 의미가 깊다.
오랜만의 오프라인 결승 무대에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LCK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티켓 예매가 시작 된지 수초도 안 돼 3500장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대기자는 약 2만8000명에 달했다. 좌석 확보 등을 통해 지난 1일 마련한 추가 티켓 판매분도 금세 동이 났다.
결승전 당일엔 킨텍스 앞이 관람객들의 발걸음으로 일찌감치 북새통을 이뤘다. 선수들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은 관객들은 리그 스폰서와 각 팀이 마련한 부스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즐겼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선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작성했고,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한 현수막과 배너 앞은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로 가득했다.
오프라인 행사가 드물어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코스튬 플레이어들도 하나둘씩 등장해 분위기를 더욱 상기시켰다. 따스한 날씨에 팬들의 웃음까지 더해지니 봄 축제나 다름없었다.
이날 결승전을 찾은 이씨(31‧분당)는 “페이커의 10번째 우승을 보러왔다”며 “친구들이랑 컴퓨터 앞에서 치킨 먹으면서 보는 결승전도 재밌지만, 많은 사람들이랑 응원하는 건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T1의 3대 0 승리를 예상했다.
대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정오에야 일산에 도착했다는 강씨(22)는 “2년 전부터 LCK를 보기 시작해서 선수들을 직접 보러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막상 와보니 T1 팬들이 젠지 팬보다 훨씬 많아서 조금 놀랐다. 쉽지 않겠지만 젠지가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후 5시, 오프닝 무대와 함께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자 킨텍스 내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LoL 게이머들에겐 익숙한 김상현 성우가 무대에 올라 환영 인사를 건넸고, 뒤이어 오케스트라가 LCK 대표 주제곡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윽고 대형 화면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포함해 LCK의 지난 10년을 빛낸 주역들의 얼굴이 파편처럼 지나가더니, 일순간의 소등 뒤 ‘마린’ 장경환, ‘칸’ 김동하, ‘데프트’ 김혁규 등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24명의 선수들이 무대 뒤편에 도열했다. 전설들에 대한 헌사. 10주년 결승전 무대에 걸맞은 오프닝이었다. 장엄한 연출에 관중석의 열기도 뜨거워졌다. 함성과 박수갈채가 연달아 쏟아졌다.
이날 결승전에선 향후 10년간 회고 될 새 역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T1이 젠지에게 3대 1로 승리하면서 리그제 도입 후 최초로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이상혁은 선수로는 최초로 리그 10회 우승을 차지했다.
온라인으로 열린 결승전이었다면 쉬이 보기 힘든 장면도 나왔다. 파이널 MVP로 호명된 ‘오너’ 문현준이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도중 흐느끼자, 팬들이 뒤따라 눈물을 쏟는 모습이 전광판에 담겨 감동을 자아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한 여성 관람객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프닝 무대는) 보면서도 몇 번씩 소름이 돋았다. T1의 전승우승도 그렇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결승전일 것 같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한편 이날의 여운은 오는 5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각 지역별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5월 10일부터 부산에서 열린다. 예로부터 국내 e스포츠의 성지로 불린 부산인 만큼, 인상적인 볼거리로 세계 관람객들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사진=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