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빵 2개 뒤엔 꼬마가, 이걸 남겨 말아?’…포켓몬빵이 뭐길래

‘남은 빵 2개 뒤엔 꼬마가, 이걸 남겨 말아?’…포켓몬빵이 뭐길래

포켓몬빵, 하루평균 23만개 판매
SPC삼립 "예상 못했다…코로나19 시대 추억 여행 목적"
박기수 교수 "국진이빵과 같은 현상…콘텐츠의 끝없는 변화"

기사승인 2022-04-07 06:30:10
포켓몬 빵이 있던 자리만 텅 비어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40일. ‘포켓몬빵’이 전국을 제패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다. 2000년대 유행했던 포켓몬빵이 다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시중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빵을 사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로 일명 ‘포켓몬 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켓몬빵 스티커 시세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쿠키뉴스가 SPC삼립, 편의점주, 교수 등 각 분야의 관계자들에게 포켓몬빵 인기 이유에 대해 물었다.

SPC삼립에 설명에 의하면 지난 2월 24일 출시된 ‘돌아온 포켓몬빵’ 7종은 5일 기준 총 950만개가 팔렸다. 하루 평균 약 23만개가 팔린 꼴이다. 판매 속도는 SPC삼립의 다른 빵 제품보다 6배 빠르다. 포켓몬빵은 지난 1999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후 빵은 자취를 감췄지만 고객센터 등을 통해 빵을 재출시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문의에 SPC삼립은 최근 포켓몬빵을 다시 출시했다.

SPC삼립 관계자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 몰랐다. 마케팅부서와 연구소 등 내부 실무자들조차 큰 인기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분위기다“며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추억 여행을 선사하고자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 과거를 회상하고 가족, 친구들끼리 위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인 까닭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성남, 시화, 영남 등 SPC삼립의 전국 각지 생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각 유통처(편의점, 대형마트, 대리점, 이커머스 등)로부터 제품 주문이 접수되면 수량에 맞춰 생산하고 제품을 지정된 물류센터에 배송한다“며 "다만 인기가 많은 제품이기 때문에 유통처별 공급수량을 형평성 있게 배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로 ‘포켓몬 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편의점 앱으로 실시간 재고를 확인하는가 하면, 문을 열기도 전에 줄 서서 번호표를 받는 대형마트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1인당 5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각종 사건 사고들로 인해 일부 편의점에서는 아예 포켓몬빵을 입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포켓몬빵을 검색하면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게시글이 쏟아진다. 개당 정상가격은 1500원이지만 중고가로 5000원에 판매되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켓몬빵 스티커 시세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가장 희귀템인 ‘뮤’나 ‘뮤츠’의 경우 5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한 편의점주는 “오전 8시가 되면 매장에서 대기하며 물류 입고를 기다리는 손님이 매일 있다. 처음엔 30, 40대가 주로 사러 오더니 열풍이 점점 거세지면서 어린 학생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포켓몬빵이 뭐라고 허니버터칩에 이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게 단순히 요새 유행하는 레트로 영향만은 아닌 것 같다, 빠르고 거센 유행을 따르는 게 요즘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주는 포켓몬빵과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편의점주는 “어느 날 한 커플이 와서 본인들이 1등이냐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1시간을 기다리셨다“며 “그 때 초등학생 고객이 친구랑 열심히 통화하면서 들어왔다. 다른 매장에 간 친구와 상황 보고를 하는 듯했다. 이날 입고된 포켓몬빵이 딱 2개였다. 먼저 온 커플이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 하나를 양보해서 각자 하나씩 사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포켓몬 스티커의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이같은 사회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학계는 원천콘텐츠가 시대에 맞게 변화해가면서 새로운 문화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봤다. 이른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당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던 ‘포켓몬스터’가 2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굿즈나 게임 등 애니메이션 이외 콘텐츠로 바뀌면서 가치를 창출해냈다는 것. 

박기수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사실 이같은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과거 ‘국진이빵’도 개그맨 김국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빵 판매로까지 이어진 경우“라며 “포켓몬빵 현상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풀이했다.

박 교수는 “포켓몬빵의 원천콘텐츠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세대가 있다. 시간이 20여년 흐르면서 원천콘텐츠는 굿즈나 게임 등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을 보진 않았지만 포켓몬을 즐기는 세대들이 계속 생겨났다“며 “디즈니랜드 미키마우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미키마우스 굿즈나 디즈니랜드를 즐기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시대적 상황이 포켓몬빵의 인기에 한몫했다. 지금은 사회관계만서비스(SNS)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내가 확보한 걸 공유하고 자랑할 수 있는 세상“이라며 “여기에 심리적인 밴드웨건 효과까지 더해져 어떤 행위를 완료하는 데에서 오는 작은 성취감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포켓몬빵, 즉 포켓몬스터라는 원천콘텐츠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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