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부터 삐걱…민주노총, 도심서 대규모 집회 강행

취임 전부터 삐걱…민주노총, 도심서 대규모 집회 강행

기사승인 2022-04-13 16:48:41
민주노총이 13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에서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 인식을 규탄했다. 윤 당선인 취임 전부터 노정관계가 파행을 겪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1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주최측 추산 6000여명이 모였다. 종묘광장과 광장 앞 인도까지 노조원들이 운집했다. 대열은 종로3가역 방면으로 100m가량 이어졌다.

도로 점거는 없었다. 다만 경찰 차벽 등으로 도로가 좁아져 교통 불편이 호소됐다. 도로 정체에 답답함을 느낀 승용차들이 버스전용차로로 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주노총이 13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에서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민주노총은 이날 △차별없는 노동권, 안전한 일터 보장 △질 좋은 일자리 보장 △선택적 근로제 등 노동시간 연장 반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대 및 대폭 인상 △불평등 양극화 타파 등을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민주노총은 윤 당선인 측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 전달을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과 윤 당선인의 직접 대화를 제시했다”며 “김은혜 대변인이 기자간담회에서 노동계와의 만남을 약속한지 한 달이 넘는 지금까지도 윤 당선자 측에서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한달간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노동적이었다”며 “철저하게 노동을 외면하고 기업 이윤과 자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새 정부가 노동을 탄압한다면 우리는 민중과 어깨를 걸고 투쟁에 나서겠다”며 “다가오는 5년은 윤의 시대가 아닌 노동자의 시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노동 공약과 정책 방향은 노조의 반발을 샀다. 인수위는 선택근로제 확대와 기간제법 개정을 통한 비정규직 확산, 기업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힘을 싣고 있다.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최저임금 구분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5년간 노정관계가 갈등만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이 13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에서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노동자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시에서 집회 참가를 위해 온 송선원씨는 “윤 당선인이 반노동정책을 예고하고 있지 않느냐”며 “주 52시간제와 노동자의 기본권리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노동자들응ㄹ 보호할 최소한의 테두리마저 없앨까 두렵다”고 이야기했다. 

김모씨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이뤄지면 벌이가 적은 청년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제발 윤석열 정부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이 13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에서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형택 기자 
경찰은 같은 날 서울 도심 곳곳에 차벽을 설치했다. 인수위가 위치한 종로구 통의동 인근과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종로 일대 등에 바리케이트가 쳐졌다. 임시검문소를 설치해 집회 참가 목적의 차량을 통제했다. 

민주노총의 게릴라성 집회를 막지는 못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사전에 집회 장소를 알리지 않았다. 집회 시작 1~2시간 전에 장소를 공지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기로 했으나 여의대로 진입이 막히자 종로3가로 장소를 변경했다. 같은 해 10월과 11월에도 각각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서울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기습 집회를 열었다.

이소연, 최은희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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