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종목의 평가전이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의 낙제점에 가까운 일처리 방식에 업계 안팎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협회는 18일 “코로나 상황과 해외 팀들의 체류 기간,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와 코치진이 느낄 부담감을 반영하여 평가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일주일간의 합숙은 예정대로 진행되며, 내부 연습 경기와 해외 팀과의 경기로 테스트를 거쳐 최종 6인을 선발한다.
LoL은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특히 시범종목에 그쳤던 지난 2018년 아시안게임과 달리, 군면제라는 민감한 사안까지 연관돼 있어 팬들은 올해 초부터 태극마크 후보들을 놓고 조심스레 기량을 저울질해왔다.
이런 가운데 협회가 지난 14일 LoL 종목 국가대표 예비명단 10인을 발표하면서, 오는 22일과 23일 전라도 광주e스포츠 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협회는 예비 명단 발표에 앞서 차출을 통해 국가대표 6인을 뽑겠다고 밝혔으나, 명단 공개 이후엔 평가전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협회는 토너먼트로 선수를 선발하는 다른 종목과 달리, LoL 종목은 차출된 후보를 내부 평가를 거쳐 선발하는 것이라며 선발 방식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등지에 마련된 선수단 연습실과 멀찍이 떨어진 광주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것에 대해선 광주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객 맞이에 적합한 경기장 규모를 배경으로 언급했다.
업계는 협회의 이러한 입장에 일부분 동감하면서도 일처리 과정에는 실망한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서 평가전을 개최하면 e스포츠 지역 균형 발전과 홍보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평가전 역시 협회로선 리그 성적만이 아니라 다양한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선수를 선발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소통에 소극적인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난 해 11월 말 아시아e스포츠연맹의 발표 이후, 지역예선 및 최종명단 제출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됐다고 설명했지만 그간 구체적인 차출 일정을 공지하지 않아 궁금증을 키웠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심지어 대부분의 구단이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모두 종료된 4월에야 소집 및 평가전 일정을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예비명단에 오른 선수들은 휴가 등 일정을 급히 변경해야 했다.
특히 예비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5명의 T1 선수단은 오는 5월 10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한다. 광고 등 비시즌 일정들에 더해 소집 일정까지 추가되면서 피로가 배가 된 상황이다. MSI에 대비해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과 여력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예비 명단의 선수들이 대부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만큼, 리그 도중에 선수들을 한 데 모으긴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협회가 적극적으로 타임 테이블을 짜고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현장에선 불만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평가전이 무산된 건, 여론의 극심한 반발도 있었지만 스파링 상대가 실종된 탓이 크다. 협회는 중국 팀의 국내 입국이 어려워졌고, 현재 국내 코로나 상황 역시 해외팀들에게 부담이 됐다며 평가전을 취소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선수들이 광주로 향한 18일 당일에야 평가전을 취소한 것을 들어, 협회가 최종 조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낙관적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경기장 대관 등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평가전 상대였던 PSG 탈론, DFM 측은 최근까지도 평가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가전이 취소되면서 광주 합숙도 당위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피해는 오롯이 선수들의 몫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광주에서 합숙을 할 필요가 없다”라며 “협회가 빠르게 사태 파악을 하고 대안을 마련했다면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광주로 갈 필요는 없었을 거다. 선수들은 무슨 죄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협회가 또 한 번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협회가 면피가 되는 부분은 ‘처음’이라는 것”이라면서도 “젊은 팬들의 관심이 높은 종목인 만큼 사전 학습을 충분히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스포츠라고 주장하려고 한다면 이런 과정에 있어서 잡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편할 때는 스포츠, 불리할 때는 예외로 생각해 달라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선발 방식도 이해할 수 없는 게, 다른 종목들은 대부분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선수를 추천 받고 있다. LoL 같은 경우도 이번 방식에 대해 경기력향상위가 일부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안다. e스포츠만큼 경기력향상위의 목소리를 안 듣는 곳이 있을까 싶다. 사실상 외부 홍보용 욕받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에 이런 프로세스를 몰랐다고 하면 모르는 대로 협회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알고도 그랬다면 우려할 만한 외부의 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사태는 끝나지 않았고, 현재진행형으로 봐야 될 것 같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