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프라에 개발 역량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테라퓨틱스(이하 바이오젠)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인수를 위한 1차 대금 10억 달러(한화 1조2618억원)를 완납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1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를 23억 달러(2조902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차 대금이 납부된 날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독으로 경영하는 자회사로 전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대금은 두 차례로 나누어 지급하는 일정으로, 차후 나머지 13억 달러를 납부할 예정”이라며 “지분의 경우 계약 사항에 따라 1차 대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자사가 완전히 넘겨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합작법인이었다. 바이오젠은 초기 15%의 지분을 투자했지만, 이후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절반-1주를 보유했다. 나머지 주식 절반+1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해 공동 경영 체제로 운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독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끌게 되면서 연구개발 및 파이프라인 확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동 경영 체제는 순탄하지 않았던 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과 창출에 가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합작법인 설립 당시 계약 조항의 해석을 두고 다퉈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재중재법원 중재까지 진행했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바이오젠의 주력 분야는 신경계 질환 바이오 신약 개발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서 나아가 바이오 신약 개발 영역에 진출한다면 바이오젠과 같은 시장에서 마주치는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젠을 떠나면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력과 연구개발 역량이 합쳐진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 자체 개발 바이오 신약을 출시할 기반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분야는 위탁생산개발(CDMO)로, MSD,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다국적 제약 기업으로부터 생산을 수주해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얀센의 ‘레미케이드’, 애브비의 ‘휴미라’, 로슈의 ‘아바스틴’과 ‘허셉틴’, 화이자의 ‘엔브렐’, 노바티스의 ‘루센티스’ 등 6개 제품의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해 출시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을 지속하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을 독자적으로 이끌어나간다면, 앞으로는 바이오 시밀러뿐 아니라 독자적인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 개발도 추진할 수 있다”며 “바이오 시밀러 시장이 레드오션을 지나쳐 블랙오션으로 불릴 정도로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