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큰 희망… 접근성 개선 여지 남아
국내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암이다. 그 중에서도 폐암은 모든 암종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의 비율은 대장암이 17.4명, 간암이 20.6명으로 각각 3위와 2위로 집계됐다. 폐암은 36.4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폐암 정복은 난제지만, 치료 환경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요법과 신약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다학제 치료’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하면서 환자들이 완치의 희망에 다가서도록 돕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에서 다학제 진료를 이끄는 ‘베스트팀’ 조병철·김창곤·이기쁨·이지윤 교수를 만나 폐암 치료의 최신 동향을 알아봤다. 베스트팀은 폐암을 ‘불치병 아닌 난치병’으로 규정하며 치료 의지를 갖고 의료진과 동행할 것을 강조했다.
폐암센터 베스트팀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병철이다.
김창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 김창곤이다. 종양 면역학과 표적 치료제에 대해서 전임상 연구들을 진행하면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아울러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지윤: 올해 새롭게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에 합류해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이지윤이다. 폐암, 신약 치료, 세포 치료제 전문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
이기쁨: 이번 해부터 연세 암병원 폐암센터 진료 교수 이기쁨이다. 여기서 트레이닝을 받고 가서 잠깐 원주에 있다가 이번 해부터 다시 근무하게 됐다. 폐암을 보고 있고, 신약 치료를 비롯해 여러 임상 시험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폐암은 어떤 병인가요?
김창곤: 폐암은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과는 다른 차원의 치명률을 보인다. 예전에는 폐암 치료 옵션이 매우 한정적이었는데, 최근에 여러 전임상 연구, 다양한 표적 치료제,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환자들의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다. 폐암 치료는 반드시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한 치료 원칙이다.
조병철: 폐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넘버원 킬러’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등 주요 암종의 1년 사망자수를 모두 더한 것보다 1년 동안 폐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더 많다.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의 최대 50%가 완치 목적의 치료가 불가능한 4기 환자다.
이지윤: 최근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사망률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 긍정적인 예후에 도움이 되고 있다.
폐암은 ‘발견하면 말기’라는 말, 사실인가요?
이지윤: 보고된 바에 따르면 1기가 약 20%, 2기가 약 9%~10%, 3기가 약 20% 정도다. 나머지 환자가 4기에 진단받고 있고, 실제로 체감하는 정도도 이와 비슷하다. 재발률은 대략적으로 1, 2, 3기에서 40%, 60%, 70% 정도로 보고 있다.
조병철: 병기 의존적으로 재발을 하는데, 1기라고 해도 다른 어떤 암보다 재발률이 높다. 1기 폐암에서는 대략 20~30%정도의 재발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1기 위암이나 1기 대장암의 재발률과는 차원이 다른 수치다. 2기의 재발률이 이보다 높은 편이고, 3기의 경우 수술적인 절제 가능 여부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60~70%정도 재발률이 파악되고 있다.
김창곤: 2019년부터 국가 폐암 검진이 시작됐는데, 예전보다 초기 병기 환자들의 진단율이 높아지면서 완치 목적의 수술 건수가 증가했다. 특히 3기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3기 폐암의 경우, 이전에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항암치료, 수술치료, 방사선치료, 그리고 최근에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학제적 접근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폐암 재발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이기쁨: 이전에 조직학적으로 확진된 환자라면, 조직학적 특성과 유전자 돌연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눌 수 있는데, 비소세포폐암이 80%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선암인지 편평세포암인지에 따라서 차도가 다르고, 선암인 경우는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EGFR, ALK, ROS-1 등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자신이 갖고 있는 유전자 변이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된다. 암세포의 위치나 통증 유무 등 환자 상황에 따라서 추가 방사선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창곤: 최근에 재발을 막기 위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재발 이후의 치료 방법도 다양해졌다. 수술부터 재발까지 기간과 그 기간 동안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 재발 이후 치료의 지평이 굉장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병철: 재발한 경우 대부분 4기라고 봐야 한다. 원격 전이를 동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제가 존재하는 한, 병이 잘 통제되는 한, 환자가 치료에 잘 견디는 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방법은 크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중에 어떤 것을 사용할 지로 나눌 수 있다. 표적치료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게피티니브’나 ‘엘로티닙’, ‘오시머티닙’과 같은 약이고, 최근 5~6년 전부터 ‘더발루맙’과 같은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원칙으로 자리잡은 ‘다학제 진료’는 기존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기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에서는 주 2회 정도 다학제 진료 회의를 열고 있다. 회의에는 종양내과 뿐 아니라 방사선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등 여러 진료과의 교수님들이 참여해 치료 방침에 대해 논의한다. 약 50%의 폐암 환자가 4기로 진단된다는 것은 나머지 50%의 환자에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진료과의 선생님들의 의견을 반영해 한 번에 치료 방향을 논의할 수 있고, 특히 어려운 결정이 필요한 경우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김창곤: 모든 환자에게 표준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환자의 전신 상태와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서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할 때가 많다. 다학제 진료는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폐암 치료의 경우 어렵고 복잡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의사 개인보다 전체 시스템 내에서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난관을 해결하는 데 있어 다학제 진료는 의료진은 물론, 결국 환자들의 예후에 큰 도움을 준다.
이지윤: 실제로 다학제 진료팀이 어떻게 운영 되는지도 궁금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보통 12시부터 한시간 정도, 각 진료과 교수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환자분을 직접 대면하는 형식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 보호자분이 같이 오시는 경우도 있는데, 기존에 검사하셨던 영상부터 설명 드린 이후에 진료과별로 교수님들이 치료 방법에 대해서 설명 드리고,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기 위한 토론을 시작한다. 환자분도 적극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시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조병철: ‘질병의 황제(emperor of disease)’라고 부를 만큼 치료와 진단에 있어 복잡한 질환이 바로 암이다. 아직까지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정확히 무엇을 모르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때문에 실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여러 진료과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도 예전에는 진료과마다 돌아다녀야 했던 부담을 줄이고 한 자리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도가 높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다학제팀이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주의점은 무엇인가요?
조병철: ‘빠른 치료’ 보다는 ‘정확한 치료’가 중요하다. 표적치료제 타깃, 면역항암제 PD-L1 발현율 등을 바탕으로 환자 개인의 종양에 대한 비교적 완벽한 이해 없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택시 기사가 눈을 가리고 운전하면서 승객을 태우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이런 검사 없이, 세포독성항암제를 쓰다가 우리 병원에 오는 케이스이다. 이런 경우 2차 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쓰면 효과가 반감된다. 면밀한 검사 이후에 치료를 결정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치료옵션이 넓어졌다. 진단을 정확하게 해서 병기 설정을 명확히 해야한다. 병기에 따라 치료법과 치료 옵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최대한 서두르되, 면밀한 평가와 병기 설정의 과정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김창곤: 폐암 치료의 특성 중 하나인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도 잘못 끼워 생존율을 심각하게 저해시킬 수 있다. 때문에 신속한 치료보다는 정확한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속한 치료’와 ‘좋은 치료’는 다르다는 점을 환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