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내 영향력, 옳게 쓰고 싶다” [쿠키인터뷰]

송가인 “내 영향력, 옳게 쓰고 싶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5-19 06:00:31
가수 송가인. 포켓돌스튜디오

가수 송가인은 언제나 거침없이 말한다. 초·중·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 때나 중국이 ‘한복공정’을 벌였을 때, 고향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는 주저 없이 반격했다. 신념에 거스르는 일을 모른 체 하지 못한다. 스스로도 “옛날에 태어났으면 독립운동가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제가 틀린 말은 안 하잖아요. 맞는 말을 해도 욕먹는 세상인데 제가 왜 틀린 말을 하겠어요.” 통쾌하게 말하고 호쾌하게 웃는 송가인을 지난 13일 서울 논현동 포켓돌스튜디오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달 21일 발매한 정규 3집과 오는 28일 개막하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대화는 이리저리로 튀었다. 송가인의 활동반경이 워낙 넓은 영향이었다. 그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우승하며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한복홍보대사와 한국문화재재단홍보대사를 자청해 맡은 한국 문화 알림이다. 인터뷰 이틀 뒤였던 지난 15일엔 서울 청계광장에 나가 국악 교육을 지켜달라고 공개 호소하는 등 전통 문화를 잇는 데도 열심이다.

“우리 문화를 알리려고 노력해도 부족한데, (국악 교육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이해할 수 없어요. 전통을 모르고서 어떻게 자기 뿌리를 알겠어요?” 이렇게 되물은 송가인에겐 국악인의 피가 흐른다. 어머니 송순단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고, 둘째 오빠 조성재는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에서 아쟁을 연주한다. 송가인도 광주예술고 국악과를 거쳐 중앙대 전통예술학부를 졸업한 국악인이다. 그는 “국악은 내 기초이자 뿌리”라며 “국악을 전공한 덕에 한 서린 목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노래 ‘시간이 머문 자리’를 내기도 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다. 송가인은 “목소리 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이라서다. “제가 받을 공격을 먼저 생각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뿌듯했어요. 누군가는 맞는 얘길 해도 욕먹는 세상이라 했지만, 그래도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할 말은 해야 하잖아요. 제가 가진 영향력을 옳은 데 쓰고 싶어요.”

송가인. 포켓돌스튜디오

송가인은 솔직하고 소탈했다. 팬클럽 회원들도 이런 성격을 좋아한단다. 송가인 팬덤은 열성적인 팬 활동으로 유명하다. 팬클럽에 고문 변호사가 있을 정도다. 온라인에선 팬들이 송가인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도 화제였다. 좋아하는 가수가 연애하는 모습을 상상한 여느 팬픽(팬이 쓴 소설)과 달리, 송가인이 오로지 일만 한다는 내용이 담겨서다. 송가인은 “어떤 팬은 ‘남자는 재미 삼아 만나고, 노래만 천년만년 부르라’고 하셨다”며 “팬들은 저를 연예인이 아니라 당신 손주처럼 여겨주신다. 그래서 더 좋다”고 말했다.

이번 달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전주, 인천 등에서 여는 전국투어 콘서트는 팬들 사랑에 보답하는 자리다. 송가인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이후 오랜만에 팬들을 만난다. 처음 공연할 때처럼 떨린다”고 했다. 소속사는 음악 자체에 집중해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무대 장치 대신 악기 연주자와 코러스 섭외에 공을 들이고 음향도 세심하게 손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송가인은 공연에서 새 음반 ‘연가’ 수록곡 등 그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노래도 선보일 예정이다.

“히트곡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만 조바심을 내진 않아요. 운이 따르면 대박도 찾아오겠죠. 뿌리가 있어야 퓨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정통 트로트를 주로 부르지만, 장르를 제한하고 싶진 않아요. 얼마 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뮤지컬 ‘엘리자벳’의 유명 넘버인 ‘나는 나만의 것’을 불렀더니, 젊은 시청자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올해 안에 발라드곡도 내고 싶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는, 한계 없는 가수가 꿈이거든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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