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될 때까지 축구할래요” [쿠키청년기자단]

“할머니 될 때까지 축구할래요”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5-24 06:35:01
서대문구립 인조잔디구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ESSA팀 주장 이혜미씨.   사진=정슬기 기자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축구할 거예요.”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구립 인조잔디구장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과학부 학생들이 모인 축구팀 E.S.S.A.의 축구 연습이 지난 2월23일 열렸다. E.S.S.A.의 미드필더 김소현(23)씨는 연습을 위해 축구화를 신으며 말했다. “축구는 자신의 인생”이라고. 그의 말과 행동에는 축구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묻어났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흥행 덕에 여성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여러 구장과 운동장에서 많은 여성이 축구공 하나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축구를 즐기는 여성이 많아진 것이다. E.S.S.A.에서 만 3년이 넘게 축구를 해온 김씨는 “SNS에서도 새로 생겨난 여성 축구팀 계정이 확실히 많이 보인다”며 “풋살장에 가도 예전에는 마니아층만 있었는데, 초보들도 늘었다”고 밝혔다. 축구에 참여하는 여성의 증가를 체감한다는 것이다.

거친 몸싸움을 이겨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일까. 그동안 축구는 여성 스포츠로 인식되지 않았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즐겼다. 과거에는 축구하는 자신을 별나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운동장 구석에서 피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립 인조잔디구장.   사진=정슬기 기자
축구에는 유독 견고하게 존재한 성별 장벽이 있었다. 여성은 축구에 관심 두기 어려웠다. 게다가 팀 스포츠였다. 함께 할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두터워졌다.

팀에서 센터백을 맡은 이혜미(22)씨는 “길을 걷다 보면 필라테스, 요가 학원은 가득하지만, 여성을 위한 축구 학원은 없다”고 말했다. 접할 길이 많지 않으니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다.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축구하는 여성이 방송에 나온다. 이들을 찍은 사진은 SNS에 넘쳐난다. 이씨가 주장으로 있는 축구팀에는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씨는 “최근 축구팀 신입 지원자는 면접을 통해 선발해야 할 정도로 늘었다”고 기뻐했다. 오랜 시간 축구를 해온 김씨 역시 “예전에는 여성 축구인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성별과 관계없이 같이 공 찰 친구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일반인 여성 풋살대회 주최자는 “예능 방송 이후 대회 참여자가 많이 증가했다”면서 “성별 고정관념이 사라지다 보니 짜릿한 팀 스포츠인 축구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증가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정슬기 쿠키청년기자 sookijjo@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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