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의 IP(지식재산권) 활용법이 진화하고 있다. OST를 주제로 한 콘서트를 개최하고, 유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협업해 영상물을 제작하는 등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지난 3일 스마일게이트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사 대표 IP인 ‘로스트아크’의 OST 콘서트 ‘디어 프렌즈’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에선 안두현 지휘자, 왕용범 연출가가 이끄는 KBS 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게임 주요 장면에 등장한 OST 29곡이 연주됐다. 예매가 시작된 지난 5월 20일, 약 1분 만에 1200석 전석이 매진됐다.
넥슨은 올해 ‘게임과 전통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바람의나라’와 다양한 전통 예술을 접목한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달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콘서트에선 6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메이플스토리 삽입곡을 2시간에 걸쳐 차례로 연주해 호평 받았다. 곡에 맞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 일러스트, 스토리 대사 등을 연출해 마치 메이플스토리 속 세계에 있는 듯 몰입감을 높였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1회 공연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관심으로 이틀에 걸쳐 열렸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세계적인 IP인 ‘리그오브레전드(LoL)’ 오케스트라 공연을 지난해에 이어 개최했다. 올해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다. 평일 저녁 비수도권에서 개최됐음에도 약 70%에 가까운 사전 예매율을 기록한 이번 공연은, LoL e스포츠 국제대회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일정과 맞물려 진행돼 축제 분위기를 드높였다.
게임 IP는 ‘귀’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눈’도 공략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해 말 LoL의 ‘룬테라’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했다. 잠시나마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자 1위를 차지하며 대중들에게 성큼 다가갔다. 콘솔 플랫폼 엑스박스의 대표 IP ‘헤일로’는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드라마로 제작됐다. 너티독의 대표 콘솔 게임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HBO MAX와 손잡고 드라마로 제작, 다음해 초 공개될 예정이다.
이밖에 크래프톤은 자사 IP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담은 단편영화와 웹툰을 공개했고,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 공개에 앞서 게임의 세계관을 담은 인터랙티브 소설 ‘플레이 노블’을 2일부터 연재했다. 컴투스는 신작 게임인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7월 출시에 앞서 게임 주요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를 담은 웹툰 ‘선택받은 소환사’를 공개했다.
게임사가 IP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게이머 유입이 꼽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공연장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도 다수 있다”면서 “대중 콘텐츠를 통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유입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LoL 오케스트라 공연을 찾은 한 여성 관객(27‧부산)은 “롤은 잘 모르는데 남자친구가 공연을 오자고 해서 같이 왔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면서 “특히 들어본 음악이 많은 2부가 좋았다. ‘스위트홈’에서 나온 ‘워리어스’가 원래 롤에서 먼저 나왔다는 걸 알았고, ‘레전드 네버 다이’는 앨런 워커 버전을 좋아했는데 여기서 듣게 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