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딸’에는 OOO이 있다 [우마무스메①] 

‘말딸’에는 OOO이 있다 [우마무스메①] 

기사승인 2022-06-23 06:30:11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의 야심작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가 지난 20일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개발해 지난해 출시한 우마무스메는 실제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수집‧육성하고 레이스를 펼치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출시 후 1년 넘게 매출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지난 4월엔 14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선 정식 출시에 앞서 일본 버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타 ‘말(우마)딸(무스메)’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한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주력 신작으로 우마무스메를 점찍고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현지화 작업과 더불어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 역사, 버스 정류장 등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도 펼쳐왔다.

일본 출시 후 1년이 지난 데다, 미소녀가 중심이 되는 서브 컬처(하위문화) 색깔이 짙어 초반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초반 반응은 매우 뜨겁다. 2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앱스토어에선 출시 11시간 만에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출시 16시간 만에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한 ‘리니지W(엔씨소프트)’의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해 출시돼 흥행에 성공한 ‘블루 아카이브’ 등 타 서브 컬처 장르 게임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초반 흥행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말딸’의 어떤 매력이 게이머를 사로잡은 걸까.

실존 경주마와 같이 게임 속 '골드쉽'도 예측불허의 캐릭터다.   게임 화면 캡처

이야기가 있다

우마무스메가 그리는 ‘청춘 드라마’ 서사는 다른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실존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만큼, 우마무스메는 캐릭터를 육성해 레이스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이 핵심 목표다. 게이머는 이세계 명마들의 이름과 영혼을 이어받은 ‘우마무스메’들을 교육하는 기관에서 신인 트레이너로 활약하며 이들의 땀과 고민,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트레이너들의 고뇌와 학원 관계자, 기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도 더해지면서, 자연스레 ‘미소녀’는 지워지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뛰는 ‘파트너’만 남는다. 

실존 경주마의 사연이 그대로 구현된 것도 몰입감을 더하는 요소다. 일례로 우마무스메에 등장하는 ‘라이스 샤워’는 칭호를 획득하려면 32만명 이상의 팬을 모아야 하는데, 이는 팬들에게 외면 받는 악역에서 최후의 순간에야 주인공으로 거듭난 경주마의 실제 서사를 갖고 온 것이다. 이밖에 26명의 캐릭터가 저마다 다른 서사를 갖고 있어 장기간 플레이에도 색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캐릭터의 성격과 특성, 이를 도우는 서포트 캐릭터와의 관계와 상성도 육성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은 게임이다.

선택지나 이벤트에 따라 상태와 능력치가 변한다.   게임 화면 캡처

신선함이 있다

수집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경마를 적절히 버무린 독특한 콘셉트는 차별화 된 우마무스메의 매력 중 하나다. 

보편적인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은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해, 스테이지 등을 수차례 반복하거나 재화를 투입해 캐릭터를 육성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마무스메는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프린세스메이커’와 같은 시뮬레이션 장르의 문법을 취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캐릭터와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기분과 컨디션 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트레이닝과 휴식 등을 결정하는 것이 육성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화 도중 나오는 선택지에 따라 부여되는 능력치도 달라져서, 같은 캐릭터라도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능력치가 상이한 캐릭터로 성장한다. 앞서 언급했듯 캐릭터마다 서사와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게이머의 접근 방식이나 대응 또한 달라진다.

일례로 천방지축 종잡기 힘든 성격으로 유명했던 ‘골드쉽’은 게임 내에서도 돌발 행동을 벌이는 캐릭터다.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른 경기력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선택지에 신중해야 한다. 이처럼 육성에 들여야 되는 시간과 고민이 깊은 만큼, 게이머는 보다 높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레이스 상위권에 오르면 펼쳐지는 우마무스메들의 가요 무대인 ‘위닝라이브’도 차별화 된 콘텐츠다. 동일한 곡이라도 우승한 캐릭터와 순위에 따라 보컬에 참여하는 성우, 연출과 포지션 등이 달라져 게이머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무대와 노래의 퀄리티도 매우 높아 눈과 귀가 즐겁다. 

골드쉽은 중후반 스퍼트에 능하다.   게임 화면 캡처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 시뮬레이션 요소를 강조한 것도 장르의 심리적 허들을 확 낮춘 비결이다. 말 70, 기수 30으로 결정된다는 경마의 속성과 맞게, 우마무스메는 게이머(기수)가 레이스에 관여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일단 레이스에 들어가면 컨트롤적으로 개입할 수 없지만, 캐릭터의 속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

우마무스메에는 도주-선행-선입-추입 등의 4가지 각질(주행습성) 적성이 존재하는데, 캐릭터마다 특화된 적성을 갖고 있다. 게이머는 이에 맞춰 레이스를 앞두고 각질을 지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타트가 유독 취약해 후방에 머물러 있다가 중후반 레이스부터 스퍼트를 내곤 했다는 골드쉽의 경우, 추입 전략이 능력치를 극대화하기 좋다. 고유 스킬 역시 레이스 중간부터 힘을 발휘하는 툴팁을 가지는 등 중거리 레이스와 추입에 강점이 있다.

다만 동일한 전략을 선택한 경쟁자의 유무, 날씨와 컨디션 등으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게이머의 유연한 전략 수립 또한 요구된다. 장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능력치를 적절히 배양하는 것도 게이머의 몫이다.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는 레이스.   게임 화면 캡처

우마무스메에선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기 장면도 직접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3D 모델링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의 컷신이 레이스 내내 펼쳐진다. 레이스 막바지엔 순위 상황을 숨겨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등 일반적인 서브컬처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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