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2-06-23 12:56:42
권리찾기유니온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소연 기자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산업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권리찾기유니온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이날까지 가짜 5인 미만으로 의심되는 130개 사업장에 대한 고발을 이어왔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보호하지 않는다. 야간·연장 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 연차·공휴일 보장이 어렵다. 부당 해고를 당해도 구제가 힘들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를 악용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개설한다. 사업장을 쪼개거나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위장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단체에 따르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다양한 산업에 분포돼 있다. 제조업과 건설, 도소매, 운수·창고, 숙박·음식점, 부동산, 교육 서비스,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 등이다. 고발을 진행한 당사자 218명의 직업군은 52종에 달한다.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경우도 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노무사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기업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열악한 근무조건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회사를 떠나거나 문제를 제기할 경우 쉽게 해고된다”고 이야기했다.

13차 공동고발에 참여한 판지제조 업체 노동자 조태성씨는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는 약 20~40명이었다”면서 “근로계약서는 회사 설립 이후 누구도 작성한 적 없다. 연차수당도 없었고 부당퇴사를 당해도 실업수당 신청조차 못 했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가짜 3.3 노동자 실태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꺼내 살피고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권리찾기유니온은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의 노동권익센터, 노동조합, 법률기관, 사회단체와 협력해 오는 10월까지 ‘가짜 3.3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3.3%)를 원천징수 하는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를 조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과 조선, 학원, 스포츠, 외식, 물류 산업을 심층 조사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가짜 3.3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회복할 할 수 있도록 사회 과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은 “건설현장에서 마루시공을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일정한 127개 건설노동자 직종에 등록되지 못했다”며 “전국 5000여명의 마루시공자는 3.3이라는 숫자에 갇혀 있다. 건설 현장의 각종 갑질과 지시·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동한다. 일요일에도 찍히지 않기 위해 일하러 나가야 한다”고 했다.

프로축구단에서 유소년지도자로 근무했던 현성빈씨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자 구단에서는 도급 업무를 수행한 프리랜서라도 퇴직금조차 주지 않았다”며 “저는 6년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고 클럽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며 근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가 근로기준법 개선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가짜 3.3 문제를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더라도 현재 일정한 대우만 해준다면 과거 법 위반은 눈감아주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태조사를 통해 가짜 3.3을 드러내 전면적인 노동법 리모델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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