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상대 라이너와 확연한 기량차를 보여주는 선수가 둘 있다.
미드에는 ‘쵸비’ 정지훈(젠지 e스포츠), 탑에는 ‘제우스’ 최우제(T1)다. 최우제의 활약은 특히 눈길을 붙든다. 80 경기도 채 출전하지 않은 만 18세의 선수가, 한 시즌 만에 그야말로 리그를 폭격하는 선수로 성장해서다. 그것도 탑 라이너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현 메타에서 말이다.
24일 0시 기준, POG 순위에 이름을 올린 탑 라이너는 ‘제카’ 황성훈(DRX‧200점)과 최우제가 유이하다. 이런 가운데 최우제는 전날 열린 리브 샌드박스와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 경기에서 단독 수훈 선수에 선정, 누적 400점으로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 순위 단독 선두로 자리했다.
지표를 들여다보면 최우제의 현 퍼포먼스를 가늠할 수 있다. 일단 그는 상대 라이너를 압도하고 있다. 15분까지 골드 격차는 +1384.7로 이 부분 2위인 ‘너구리’ 장하권(DK‧+510.1)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15분까지의 CS(크립스코어) 격차는 +17.6으로 이 역시 장하권보다 평균 10.6 더 많다.
리브 샌박과의 경기에서도 상대 라이너를 압도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최우제는 1세트 탱커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그라가스’로 ‘도브’ 김재연의 ‘그웬’을 밀어붙이며 경기 내내 막대한 대미지를 쏟아 넣더니, 제이스로는 ‘피오라’를 초장부터 박살내며 팀에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다줬다.
최우제는 라인전 단계에서 무너지더라도 기대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의 위기복구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골드당 대미지 144%로 탑 라이너 가운데 1위다.
교전에서는 딜러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최우제의 올 시즌 분당 대미지는 651인데, 이는 탑 라이너로는 1위, 리그에선 5위의 기록이다. 탑 라이너로는 유일하게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1위부터 4위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제카’ 김건우와 ‘데프트’ 김혁규 등 팀의 주요 딜러들이다.
한 시즌 만에 최정상급 탑 라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험’과 ‘흡수력’이다.
지난 시즌에야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선 최우제는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을 거쳐, 지난 5월 열린 국제대회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활약하며 경험을 두둑이 쌓았다. 특히 MSI 당시 해외 탑 라이너들과 칼을 맞대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큰 무대에서의 압박감을 덜어내는 법도 배웠다. 최우제 역시 “MSI를 갔다 와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한 단계 성장을 이뤄낸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확인한 약점은 특유의 흡수력과 노력으로 빠르게 보완했다. 팀 동료 ‘케리아’ 류민석은 23일 최우제에 대해 “스프링 시즌 중에는 부족한 면이 분명 있었다. 피드백을 할 때마다 알아서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매일 하루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신기했다. 탑으로서 완성형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되게 열심히 하는 선수라 잘할 수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거칠 것 없는 최우제는 오는 25일,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선다. 담원 기아의 탑 라이너자 자신의 롤모델인 장하권과 맞대결이 예고돼있다. 장하권은 20년 서머 시즌 담원 기아의 리그 우승과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스프링 시즌 휴식 후 반 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탑 라이너들의 경계 대상 1호다. 최우제가 장하권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편 최우제는 “너구리 선수와 대회에서 만나는 게 연습생 시절 ‘버킷리스트’였다. 최근에 대회를 보니 라인전을 너무 잘하시더라.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잘 해야 될 것 같다”며 기대와 우려 섞인 소감을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