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스팀(Steam)에서 유통되는 일부 성인용 게임의 국내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위는 해당 게임이 단순한 ‘19금 게임’이 아니라 심의가 불가능한 수준의 음란물이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오크 마사지(Orc Massage)’의 개발사 토치 엔터테인먼트는 스팀 제품 페이즈를 통해 자사의 게임이 한국에서 지역제한에 걸렸다고 공지했다. 한국 정부가 스팀에 오크 마사지의 서비스 금지를 요청했고, 더 이상 한국인이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이튿날엔 인큐버스의 개발사 역시 한국 서비스가 차단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논란이 일었다. 국내 게이머들은 “성인이 성인 게임을 못 하는 나라”, “90년대로 회귀했나”, “이게 나라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규제에 반발했다. 현 정부의 방향성에 의문을 표하는 반응도 적잖았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이번 조치는 정부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임이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민원을 접수한 게임위가 자발적으로 모니터링에 나섰다. 내부 심의를 거쳐 유해성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스팀 측에 해당 게임에 대한 국내 접속 제한을 요청했다. 연령에 관계없이 성인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스팀 플랫폼의 특성상, 게임위의 이번 조치는 미성년 이용자 보호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내에서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불법 게임물로 규정한다. 게임위는 불법 게임물에 대해 국내 유통을 거부하거나 퇴출 제재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 등 현실적인 한계로 모든 게임을 등급 분류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한국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를 운영해 구글, 소니, 애플 등 인증 받은 플랫폼에게 스스로 게임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게임이 유통된 스팀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대상이 아니다. 스팀을 통해서라면 유해성이 심각한 콘텐츠도 어떠한 보호 장치 없이 유아‧청소년 게이머들에게 유통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스팀은 유저 본인이 출생년도를 입력해 상점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미성년자가 유해 게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번에 접속이 차단된 ‘오크 마사지’ 등 2종의 작품은 일반적인 성인 게임의 수위를 넘어, 성기와 성행위가 노골적으로 묘사된 심의 불가능한 게임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 장치가 전무한 플랫폼 환경에 대해 오래 전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기껏 30여명의 전문 모니터링 요원을 운영하는 게임위가 실시간으로 세계 각지서 쏟아지는 유해 게임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위는 스팀 측에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 획득을 요청 중이지만 묵묵부답이다. 등급분류 편의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했음에도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스팀은 국제게임등급분류연합인 IARC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