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각박한 요즘, 내 몸 하나 챙기기 힘들다는 핑계로 잠시 제쳐놨던 인간미를 회복할 만한 드라마가 나왔다. ENA 새 수목드라마 ‘이상한 드라마 우영우’가 29일 첫 방송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박은빈과 강태오, 강기영 등이 출연한다.
첫 회는 남들과는 다른 우영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 때문에 종종 반향어(다른 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를 구사하고, 특정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고래에도 집착한다. 아침은 김밥, 저녁은 김초밥을 먹어야 하는 강박 증세도 있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대형 법무법인 한바다에 입사한 수재이기도 하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져 한 번 본 책은 모조리 외워버린다. 남들이 지나쳐버리는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쏠렸던 걱정들을 불식시키며 우영우는 변호사로서 수임한 첫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우영우는 남들과 다르다. 다른 이들에게 일상인 회전문도 우영우에겐 버겁다. 출근하는 것부터 아버지의 걱정을 산다. 하지만 그는 맡은 일은 확실히 해내는 명석한 변호사다.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진심으로 생각한다. 선배 변호사 강명석(강기영)은 자폐증을 가진 우영우를 미덥지 못하게 여기다가 세심하게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에게 사과한다. 우영우에게 쏠렸던 걱정 어린 시선이 호의로 바뀌는 과정은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긴다. 저절로 따뜻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절대 악이나 히어로가 없다. 극적인 사건도 없다. 특별함은 우영우에게서 나온다. 우영우를 연기하는 박은빈은 자폐증을 앓는 캐릭터에 조심스럽게 접근한 티가 난다. 희화화 없이 있는 그대로를 그려낸다. 자폐증에 변호 일까지, 어려운 연기를 해내면서도 극의 중심을 이끌어나간다. 우영우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남다르다. 그를 따라가다 보면 이 드라마가 전하는 무해한 치유에 시나브로 감긴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의 만듦새 역시 뛰어나다. 첫 방송 시청률은 0.9%로 집계됐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NA 채널과 넷플릭스, seezn에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동시 공개된다.
볼까
주인공이 성장하는 무해한 힐링 드라마를 보고 싶으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아주 좋은 선택지다. 박은빈의 연기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겐 그가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순간을 목격할 기회다. 영화 ‘증인’(감독 이한)을 재밌게 본 시청자에게도 추천한다.
말까
인물끼리 대립각을 세우거나 극적 긴장감, 무게감 있는 법정 드라마를 원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보다 다른 작품을 보는 쪽이 낫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