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11시59분을 끝으로 테라의 PC판 정식 서비스가 종료됐다. 테라는 2011년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에서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4년 400억이라는, 당시 기준으론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어가 출시 전후로 화제를 모았다. 논타게팅 전투 방식과 같이 기존 게임과 차별화 된 게임성을 앞세워 20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다.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는 등 명작 반열에 올랐다.
테라는 글로벌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게임이다. 2011년 8월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2500만 명 이상의 누적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국산 MMORPG로는 최초로 콘솔 플랫폼에도 진출하는 등 국내 게임 시장에 적잖은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테라도 게임 노후화에 따른 각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1년간 서비스 주체가 3차례 바뀌었지만 번번이 유저 이탈과 수익성 저하를 막지 못했다. 결국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블루홀스튜디오는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수호자님들이 만족하실 만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테라는 이용자들에 대한 존중을 끝까지 이어갔다. 마지막 퀘스트를 통해 정중한 작별 인사를 건네며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했다. 일방적인 통보 후 급박하게 서비스를 종료했던 일부 게임들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테라는 지난달 2일부터 15일까지 이용자들과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르보레아의 추억’ 이벤트를 진행했다. 유저들은 해당 기간 동안 테라의 대표적인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추억을 되새겼다. 15일엔 마지막 업데이트인 ‘라스트 퀘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마음을 울렸다. 게임 내 다양한 NPC들이 등장해 가슴 뜨거운 작별을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고마웠다. 때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와 함께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전장에 서겠지만 나는 그대를 영원히 기억할 것”, “앞으로 걸어갈 세상에서도 꺾이지 않고 일어서는 당신의 모습을 응원하겠다” 며 유저를 배웅했다. 국산 게임 시장에 한 획을 그은 게임답게, 이별 방식 또한 명품이었다.
유저들 또한 테라와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서비스 종료를 앞둔 오후 9시부터 알레만시아 등 대도시는 작별 인사를 위해 모인 유저들로 가득했다. 각자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홀로 찾아 스크린샷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오래 전 테라를 떠났던 유저들도 돌아와 추억 여행을 떠났다.
조두인 블루홀스튜디오 대표는 “그동안 테라를 향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이용자들에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 비록 테라의 여정은 마무리되지만 함께한 소중한 시간은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며 “앞으로 블루홀스튜디오는 새로운 도전과 재미를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해 다양한 장르의 신작으로 이용자를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