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팬의 화두는 JTBC 예능 ‘최강야구’다. 지난달 6일 처음 방송된 최강야구는 프로야구팀에 대적할만한 11번째 구단을 결성한다는 포부를 갖고, 은퇴 선수들이 모여 전국의 강팀과 대결을 펼치는 야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감독을 맡고 박용택, 송승준, 유희관, 정근우, 이택근 등 현역 시절 내로라하던 선수들이 ‘최강야구 몬스터즈’라는 이름 하에 다시 모였다.
경기장 밖에서 비치는 몬스터즈 선수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40대 아저씨지만 공만 잡으면 눈빛이 달라진다. 투수들은 140㎞에 육박하는 공을 거침없이 던지고, 타자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슬라이딩과 엄청난 장타력을 뽐낸다.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였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뒤늦게 야구에 입문한 독자들을 위해, 몬스터즈 레전드들의 현역 시절 최고의 순간들을 소개한다.
이승엽 감독 : 은퇴 경기 연타석 홈런
아직은 초보 감독에 불과한 이승엽 감독은 ‘국민 타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역대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로 손꼽힌다.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장면은 한 두 개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8회 때 마다 극적인 안타와 홈런을 때려 ‘약속의 8회’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아시아 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 56홈런을 때려낸 역사적인 인물이다. 홈런 기록이 이어질 당시, 야구장이 잠자리채를 든 관중으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온 이 감독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은퇴 경기에서 때린 연타석 홈런이다. 2017년 10월 13일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이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의 선발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1회말과 3회말 각각 홈런을 때렸다. 이제껏 KBO리그의 레전드 선수들이 은퇴를 앞둔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이나 땅볼로 아쉽게 물러나는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이 감독은 끝까지 남달랐다. 프로야구 선수 은퇴 경기 중 최고의 경기였다.
송승준 : 3경기 연속 완봉승
선발 투수가 완봉승(선발투수 9이닝 무실점 승리)을 거두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장시간 공을 던져야 하고, 야수들의 수비 지원 또한 없으면 쉽게 거둘 수 없는 기록이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는 단 5명의 투수만 완봉승을 거뒀다.
송승준은 한 시즌에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완봉승을 3연속으로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2009년 6월28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7월4일 SK 와이번스전, 7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모두 완봉승을 거뒀다. 송승준의 대표적인 별명인 ‘송삼봉’도 여기서 비롯됐다.
KBO리그에서 3연속 완봉 기록은 송승준 선수를 포함해 5번 있었다. 하기룡(MBC, 1982년), 이상군(빙그레, 1986), 선동렬(해태, 1986), 김상진(OB, 1995년)이 달성했다. 송승준이 기록을 달성한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기록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동욱 : 좌우타석 연타석 홈런
스위치 타자(양손 타자)는 상대 투수가 공을 던지는 팔에 맞춰 타석의 위치를 바꾸는 타자다. 효과적으로 투수 교체 등에 대응할 수 있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스위치 타자로 활약하는 선수는 매우 적다.
몬스터즈의 1호 홈런을 쏘아 올린 서동욱은 스위치 타자로 이름을 알린 선수다.
서동욱은 2008년 9월 25일 SK와 맞대결에서 6회초 SK 우완 선발 레이번을 상대로 좌타석에 들어서 홈런을 때리더니, 9회초에는 구원투수 좌완 이승호를 상대로 이번에는 오른쪽 타석에 들어서 홈런을 때렸다. 과거 한 경기에서 스위치 홈런은 두 차례 있었으나, 좌-우 타석에서 연타석으로 홈런을 기록한 것은 서동욱이 처음이다.
서동욱은 이 진귀한 장면을 2010년에도 한 차례 더 만들어낸다. 5월1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회초에는 한화 우완투수 안영명을 상대로 왼쪽 타석에서, 8회에는 좌완투수 마일영에게서 오른쪽 타석에 서서 홈런을 뽑아냈다.
심수창 : 개인 18연패를 끊던 날
유독 그런 투수가 있다. 팀이 이기고 있어도 해당 투수가 올라오는 경기는 패배하는, 본인이 잘 던져도 타자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심수창이 그랬다.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
심수창을 대표하는 단어는 ‘18연패’다. 현역 시절 2009년 6월14일 SK전서 승리를 따낸 이후 38경기에 등판하는 동안 단 1승을 거두지 못했다. 해당 기간에 심수창은 18패 1홀드에 방어율 6.20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7차례나 올리는 등 연패를 끊을 기회도 수없이 맞았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기나긴 18연패는 2011년 8월9일 롯데전에서 드디어 끝을 맞았다. 당시 선발 투수로 나선 심수창은 롯데를 상대로 6.1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의 요건을 갖춰 내려갔다. 3대 1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연속안타를 맞았지만, 2사 황재균이 유격수앞 땅볼을 치고 1루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되면서 기나긴 연패에서 탈출했다. 786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