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뭐가 달라?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뭐가 달라?

전자약은 ‘하드웨어’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적용 기전도 달라
“현재는 보조적 차원…다양한 임상 케이스 확보 후 효능성 판단해야”

기사승인 2022-07-06 06:00:27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디지털과 의료기기의 접목,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혁신성에서 주목 받고 있는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같은 듯 다른 두 치료기기가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1일 우울증 전자약이 비급여로 첫 처방을 이뤄냈다. 신의료기술 유예 대상 및 비급여 고시에 따라 비급여 처방을 본격화하게 된 것이다. 

전자약의 첫 상용화 가능성에 따라 디지털치료제가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제약,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서 전자약과 함께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고 가야 할 점은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약은 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다. 즉 전자기적인 자극을 ‘신체’에 직접 전달해 효과를 보는 전기자극치료, 자기장치료, 신경자극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례로 기존 병원에서 처방되던 우울증 치료용 의료기기인 경두개자기자극(TMS) 경우 내원해야만 치료 가능하고 원할 때 바로 적용할 수 없지만, 전자약은 처방 하에 집에서 원할 때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헤드셋을 30분간 머리에 착용하고 있으면 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기록되고 의사와 원격 상담이 가능하다.

디지털 치료제는 가상현실,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수면·식이·운동·훈련 등의 규칙적인 수행을 보조함으로써 ‘인지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지는 않고 흔히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휴대폰, 컴퓨터, TV에 접목이 가능하다. 

적응증은 비슷하다. 우울증, 치매, 수면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을 주로 타깃하고 최근에는 당뇨, 비만, 통증 등의 만성질환까지 손을 뻗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약물로 인한 부작용, 오남용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도 고려되고 있다.

전자약 ‘상용화 입문’ 단계…디지털치료제, 올해 ‘확증임상시험’ 완료 목표

왼쪽 라이프시맨틱스의 디지털치료제, 오른쪽 와이브레인 전자약.   라이프시맨틱스, 와이브레인 자료사진


전자약은 국내 최초 허가된 와이브레인의 ‘마인드 스팀’으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와이브레인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마인드 스팀에 대한 시판허가를 받았고 올해 비급여 처방을 시작했다.  

앞서 회사 측은 대한뇌자극학회와 함께 전자약 치료지침서를 공동 발간함으로써 상용화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지침서는 우울증 전자약과 관련 전 세계 약 175편의 논문을 정리해 작성됐으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전기자극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현장 적응 속도와 다르게 전자약 허가 가이드라인은 미흡하다. 특성상 일반 의료기기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를 일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전자약 산업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등 향후 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와이브레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들이 초기 임상단계에 있다. 뉴로핏은 치매 타깃 전자약, 왓슨앤컴퍼니와 뉴아인은 항암용 전자약, 노드는 비염 치료용 전자약, 씨엠랩은 노인성 황반변성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서비스 개발 또는 서비스 제공 초기단계 수준이며, 국내에서는 허가 받은 사례가 없다. 대부분 개발 착수 또는 파이프라인 확보 단계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 진행 중인 업체는 라이프시맨틱스, 웰트, 에임메드, 뉴냅스, 하이 5개 기업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확증 임상을 승인 받고 현재 대학병원과 연구 중에 있으며,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결과를 공개하고 시판허가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뇌 손상 환자의 시야장애 개선용 인지치료, 소아 근시 환자의 근시진행 억제를 위한 시각훈련, 니코틴 중독환자의 중독장애 개선 인지치료 등 10건의 임상이 승인됐고 아리바이오, 빅씽크 테라퓨틱스, 마인즈에이아이의 마인즈내비 등이 개발 추진 중에 있다.

전자약에 비해 디지털 치료제 개발 인기가 더 높은 이유는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정립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치료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 짧은 시간 내 개발이 가능하도록 토대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도 우울증, 공황장애 개선 디지털치료기기의 평가기준을 추가로 마련하고 임상시험 설계 방법 등 개정된 안내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다만 디지털 치료제 경우 국내 임상 사례가 없어 수가 적용이 애매하다는 점이 상용화에 걸림돌로 적용된다. 이에 디지털헬스케어 업계는 지속적으로 토론회, 포럼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치료제로서 확립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는 ‘도움’ 수준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에 대한 의료계 입장은 ‘가능성을 열어둔다’에 가깝다. 기존 약물처럼 확실한 효과를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환자의 증상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단독 사용보다는 약물과의 병용, 약물에 효과가 없을 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자약의 경우 디지털 치료제보다는 적용 효과가 뚜렷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기적 자극을 통한 치료는 병원에서도 흔하게 사용되는 치료법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재택에서 치료한다는 점에서 변수가 있을 것 같다. 의사의 처방 아래 방법을 철저하게 숙지하고 사용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그 효과를 말하긴 어렵다. 미국에서는 수가를 적용 받아 처방을 시작했지만 효과를 논할 정도로 케이스가 많지는 않고 약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약과의 병용, 혹은 약물 부작용이 심할 때, 병원에 자주 방문하기 힘든 경우 등에서 하나의 치료 옵션으로 생각될 수 있다”며 “향후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고 난 다음 효능성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료시스템 영역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인허가 후 의료보험 수가를 받기 위한 신의료기술 평가 절차가 보다 구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 원격의료 논란, 환자들의 사용 인식 문제 등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된다면 신약개발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개발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비용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울러 치료접근성이 낮은 취약지역에 대한 의료수요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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