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래퍼 장용준(활동명 노엘)이 법정에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술에 의존하다가 잘못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장용준은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 양지정 전연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후진술 중 이같이 밝혔다.
머리카락을 목덜미까지 늘어뜨린 채 황토색 수의를 입고 나타난 그는 “너무나 부끄럽고 고개를 들 수조차 없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지난해 10월 수감된 후 오늘까지 제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날이 없다. 불미스러운 일로 사람들에게 언급되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또,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유년 시절 아버지와 대중에게 손가락질 받고 욕먹은 트라우마가 있었다. 성숙하지 못한 제가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고통과 스트레스, 상처를 해소하는 잘못된 방법으로 술에 의지했고,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간절히 기도해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사회로 돌아가면 알콜의존증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겠다. 부모님의 피눈물도 닦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에 동종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면서 1심 때 구형했던 징역 3년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애초 검찰은 장용준에게 윤창호법(반복된 음주운전이나 음주 측정거부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기소했으나,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용준 측은 1심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으나, 항소심 절차가 시작된 뒤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장용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집행유예 중 동종 범죄 저지른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건강도 매우 안 좋아진 상태”라면서 “법의 한도 안에서 선처를 베풀어 주셔서 피고인이 가족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용준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다른 차와 접촉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고 경찰관을 머리로 들이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9년 서울 마포구에서 음주운전 중 오토바이를 추돌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