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 노인은 두렵다

코로나19 재유행?… 노인은 두렵다

팬데믹 동안 65세 이상 사망률·치명률 급증

기사승인 2022-07-08 09:00:02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서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재유행 혹은 또 다른 팬데믹에 앞서, 특히 사망률이 높은 노인에 대한 의료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서는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기저질환, 만성질환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을 위해 대비해야 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이후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와 같은 건강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비만·당뇨·심장질환·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될 확률이 높고, 실제 사망률 또한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2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코로나19 연령별 사망 지표 분석 결과, 70~79세 노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23%, 80세 이상은 59%에 달했다. 그 만큼 코로나19가 노인 사망률, 치명률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65세 이상 초과사망 지표.   질병청

더불어 코로나19 노인 초과 사망 역시 급격하게 증가했다. 질병 대유행이나 대형 사고 등 특이한 원인으로 통상 수준을 넘는 사망자가 나왔을 때 늘어난 사망을 초과 사망이라고 부른다. 

질병관리청이 2020~2022년 주차별 사망자 수에서 과거 3년간 같은 주차별 사망자 수를 제외한 초과사망수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사망 사례가 2022년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통계 결과 65세~74세 초과사망자는 612명, 75세~84세 초과사망자는 1317명, 85세 이상은 2370명에 달했다. 이는 치명률이 낮다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와 백신 접종 등이 노인 환자 사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예측된다.

정 교수는 “노인에서 치명률과 사망률이 높은 이유로 주요 사망 원인인 폐렴이나 나이 자체로 볼 수 있다. 전체 국민 45세 이상 중 8%가 폐기능 저하를 갖고 있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렴 등은 국내 노인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코로나19 시기에는 병원에 가지 못하다보니 이로 인한 사망이 급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보건의료 정책 미흡이었다”며 “의사 대면 진료 결여, 입원 대기, 중환자실 부족, 치료제 소극적 처방 등의 치료 부분뿐만 아니라 요양시설 속 종사자 교육 미비, 감염관리 취약, 의료 연계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팬데믹 다시 시작될 경우 노인 건강에 치명적 위험이 큰 만큼 지금이라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요양 시설에서 감염 확산, 사망 사례가 많았던 만큼 시설 감독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고, 환자를 신속하게 전원할 수 있는 의료전달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종사자와 공무원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도 “노인 환자 경우 재정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의료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향후 의료체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유튜브 캡처


이어진 토론회에서 각 의료계 전문가들은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노인 전문의·주치의 와 복지부 노인건강과 신설 등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이충엽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 국내 성과를 비교해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만 보면 잘 관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초과사망 지표에서 보듯 노인 사망률에 대해서는 전혀 케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취약 계층을 모두를 보호할 수 없다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감염위험이 높은 노인 환자 등 더 취약한 사람을 평가하고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의료전문가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혁 요양병원협회 학술이사(인천은혜병원 원장)는 “우선 노인 특성을 판단할 노인전문 주치의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또 감염병 유행기간 동안 노인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코호트 통제보다는 다양한 가치 반영한 합리적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요양병원 질 향상을 도모하려면 간병사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노용균 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가 다가왔지만 여전히 보건복지부 안에는 노인 건강관리라는 특화된 부서가 없다. 노인 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과가 만들어지면 업무가 생기고 그로 인해 제도, 법률 지원, 수가가 생길 수 있다”며 “또한 이러한 배경이 마련돼야 제대로 된 노인 전문의와 주치의 제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노인건강과 관련된 과가 없어 이에 대한 전문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은 보건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건강정책과에서 추진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이 이와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현재는 질병 단위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르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노인 의료·돌봄 통합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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