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서 게임만 ‘쏙’… 게임 공약 다 어디갔나

대통령 업무보고서 게임만 ‘쏙’… 게임 공약 다 어디갔나

기사승인 2022-07-23 22:41:12
지난 1일 박보균 문체부장관이 참여한 게임업계 소통 간담회.   연합뉴스

게임 공약은 표심 얻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게임 관련 현안이 빠진 것으로 알려지자 게임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21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업무보고에서 5대 핵심 추진 과제를 보고했다. 5대 핵심 추진과제는 청와대 운영 방안, K콘텐츠 육성, 장애 예술인 지원 기본 계획 수립, 기초예술 지원 확대, 문화의 지역 균형 시대 추진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K콘텐츠 육성’ 부분에서 2020년 기준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액 비중 14%, 수출액 비중 68.7%를 차지하는 게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웹툰·음악·글로벌 동영상 서비스(OTT)와 더불어 게임 특화 인재를 교육하겠다”며 게임을 짤막하게 언급하는 데만 그쳤다. 또한 콘텐츠 수출증가율을 언급하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관련 수출 현황은 빠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자료 속 '한류 주요 성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 1일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게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표한 바 있어, 업계는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게임학회의 위정현 학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업무보고 내용을 보고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콘텐츠 산업의 영광을 이야기 하면서 게임은 흔적도 없더라. 핵심 정책에서도 완전 대상외”라며 “어떻게 대선 전과 대선 후 이렇게 게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게임 패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5월 ‘국민께 드리는 20개 약속’을 주제로 하는 110대 국정 과제를 공개했는데, 대선후보 당시 발표했던 게임 공약은 없었다. 당시에도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를 위해 K-POP, 영화, 드라마, 웹툰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며 이들 분야와 묶어 두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업계는 정부와 문체부 구성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은 1일 간담회에서 “외교부, 경제부처를 통해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실감나게 전달해 판호 발급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은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보기엔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자국 내 유통을 허가하는 외자판호 발급 건수를 제한하며 해외 게임업체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최근 몇몇 국산게임이 판호를 받긴 했지만, 향후 추가 발급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더 지배적인 상황이다.

급기야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여로 인해 중국 판호 발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나토에 사실상 합류한 탓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탈(脫)중국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달 27일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 정부보다 중국 견제 노선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판호 발급 문제를 챙기겠다”는 박 장관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P2E(플레이투언) 등 시급한 주요 현안에 대한 대처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근 구글 스토어와 애플 앱마켓에서 유통되던 P2E 게임과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모바일 게임 총 32개를 적발해 퇴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해 이들에게 최대 5억 원의 사업비까지 지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더 비중을 둬야 할 현안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지만, 영화와 OTT 등이 언급되는 가운데 글로벌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은 게임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던 점은 실망스럽다”며 “현재로선 게임을 표심 얻기 도구쯤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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