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3대 개혁’, 리그 체질 바꿀 신호탄 될까

LCK ‘3대 개혁’, 리그 체질 바꿀 신호탄 될까

기사승인 2022-07-26 16:38:22
25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제도 도입 기자간담회.   쿠키뉴스 DB

프랜차이즈 도입 2년 차를 맞이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신규제도 3종을 도입한다. 게임단 보호에 초점을 맞췄을 뿐 선수 권익 보호 장치는 빠졌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업계 내부에선 최근 2년 사이 문제가 심화된 ‘몸값 거품’ 등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최근 리그엔 곡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선수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치솟아서다. 한 게임단 관계자가 귀띔한 바에 따르면 정상급 선수들의 연봉은 기본적으로 ‘두 자릿수’에 달한다.

게임단과 리그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연봉 규모만 커지다 보니 몇몇 게임단은 팀 운영에 점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형적인 형태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리그가 더는 지속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최근 구성원 내에서 형성됐다. 

LCK가 발표한 3개 제도.   라이엇 게임즈

LCK는 25일,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한 3가지 제도를 발표했다(기사). 올해부터 ‘육성권’ 제도와 ‘LCK 공식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고 내년부터는 ‘지정선수 특별협상’ 제도를 적용한다. 선수의 몸값이 기형적으로 부풀려지는 것을 막고 지속 가능한 리그를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공인 에이전트 제도와 지정선수 특별협상 제도는 실질적으로 템퍼링(사전접촉) 등 불투명한 협상 과정으로 발생하는 과도한 연봉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소위 ‘브로커’가 협상 기간 외에 선수와 접촉해 로스터를 구성하거나, 연막작전을 펼쳐 몸값을 부풀려왔다는 것이 게임단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LCK로부터 자격 심사를 치른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구단 및 에이전트의 위반 사항에 대해 보다 투명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단이 소속 선수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가지는 특별협상 제도 역시 선수를 향한 시장 가치 평가가 보다 투명해지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혹여 선수가 이적할 시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지속 가능성도 열어줄 것이라 기대된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특별협상 제도에 대해 “팀의 이익을 위해서만 나온 제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선수가 팀을 매번 옮겨 다녀서 어느 팀인지 잘 모를 때, 이 팀이 어떤 색깔을 가졌는지 잘 모를 때 리그가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정선수 특별협상제는 그런 점에서 출발했고, 에이전트 제도는 말할 것도 없이 공정한 시장을 위해 규제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CK가 발표한 육성권 제도. 강제성은 없다. 안정성을 선택할지, 더 높은 연봉을 선택할지는 육성 선수에게 달렸다.   라이엇 게임즈

육성권 제도 역시 ‘지속 가능한 리그’라는 LCK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 한다.

육성권 제도는 게임단이 유망주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데에 많은 자원을 쏟아 붓고도, 해당 선수를 타 팀에게 빼앗기게 되면 신인 선수 육성에 대한 동기부여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선수 몸값의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게임단은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한 ‘육성’으로 운영 방식을 선회하는 중이다. 하지만 중국 LPL 등 거대 자본을 가진 게임단이 손을 뻗치면서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육성 선수들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의 제시액을 들이밀며 큰 돈을 요구하거나, 짧은 계약 기간을 채우고 이름만 알린 뒤 LPL 등 해외리그로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성권 제도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부여하고, 잘 키운 선수들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게임단의 미래 가치 투자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라고도 볼 수 있다. 

LCK가 3개 제도 도입으로 추구하는 방향성.   라이엇 게임즈

LCK 및 게임단 관계자들은 제도 도입을 통해 당장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리그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LCK에 작년과 재작년 많은 돈이 몰렸다. 그러나 최근 LCK에 대한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면서, 많은 팀들이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외에선 LoL e스포츠에 대한 무게감과 비중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할 만한 가치를 찾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LCK도 이젠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에 발표한 제도들은 강제성이 없다. 선수들에겐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면서 “당장의 판도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나 일부 팀 편중 현상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팀이 존속되어야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기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은 시작이다. 필요한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제도 도입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게임단의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숨통을 트여주는 제도인 건 맞다. 최소한의 보호 체계는 마련된 것 같다”면서도 “선수들에게 해당 제도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우선 과제인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팬들이 바라는 ‘슈퍼팀’을 새롭게 꾸리기가 어려워진 점은 일부 게임단과 팬들로선 아쉬운 부분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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