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여러 개다. 군 대체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프로듀서 겸 래퍼 지코의 얘기다. 2017년 발표한 ‘아티스트’에서 ‘우린 모두 아티스트’라고 노래하던 그는 지난달 27일 낸 신곡 ‘괴짜’에서 “다 됐고 즐겨 우린 괴짜”라며 듣는 이의 흥에 불을 붙인다. 음악인으로 10년 넘게 살아온 그의 세 번째 별명은 ‘대표님’이다. 2018년 1인 기획사 코즈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코가 대체 복무 중이던 2020년 그룹 방탄소년단이 속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편입됐다. 내년에는 지코가 직접 제작한 보이그룹도 선보인다.
“음악을 시작할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경력이 쌓이고 책임도 커졌지만 지코는 오히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지난 2년 간 연예계를 떠나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영향이 컸다. 지코는 “대중과 소통할 수 없으니 제 음악에 반응할 사람이 저뿐이었다. 혼자 음악을 만들고 들으며 놀이하듯 음반을 작업했다”고 돌아봤다. 이렇게 완성된 음반이 미니 4집 ‘그로운 애스 키드’(GROWN ASS KID)다. 우리말로 ‘몸만 큰 아이’라는 의미다. 지코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몸만 큰 아이’에 빗댔다. 그는 “음악을 향한 열정, 에너지, 정체성 등을 함축해 ‘그로운 애스 키드’라고 표현했다”면서 “제 과거 모습을 끄집어내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친 모습 아닐까요”
타이틀곡 ‘괴짜’는 지구 멸망 하루 전을 배경으로 한 노래다. 이 곡 뮤직비디오에선 배우 박해준이 앵커로 변신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24시간밖에 없다”라고 속보를 전한다. 모든 것이 스러지는 혼돈 속에서도 지코와 배우 차엽, 노윤서 등 지구인들은 희희낙락이다. 지코는 “우스꽝스러움과 심각한 상황이 교차하는 장면이 매력”이라고 봤다. 따라 추기 쉬운 안무로 댄스 챌린지 열풍을 이끌었던 ‘아무 노래’와 달리, ‘괴짜’ 뮤직비디오에선 아이돌 그룹 뺨치는 군무가 돋보인다. 지코는 “빠르고 거친 노래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안무를 짰다”면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만든 곡인데, 지코라는 캐릭터가 잘 부각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친 모습일 것 같아 ‘괴짜’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있어요”
지코 안에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공존하는 듯 했다. 그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극대화하고 싶을 때 음악을 찾아듣는다. 저는 흥을 극대화하는 아티스트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되고 싶다’가 아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자신을 건조하게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콘텐츠 무게중심이 옮겨간 만큼 고민도 많다. 코즈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도 자주 만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한 시야를 공유한다고 했다. 지코는 “팬데믹(대유행) 이후 문화와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저도 어떻게 하면 음악을 더 많은 분들에게 효율적으로 전할지 고민 중”이라며 “회사 구성원들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