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고모(31·남)씨는 최근 ‘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소비 패턴)’에 돌입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최대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다. 회사 근처 프랜차이즈 커피를 사 들고 출근했지만, 이제는 회사 탕비실에 있는 커피를 타 마신다. 건강도 챙길 겸 개인 자가용을 이용하기 보다는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으며, 여유가 있는 퇴근길은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고씨는 “최대한 절약하는 생활을 하다보니 하루에 1만원도 채 안 쓰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며 "당분간은 이러한 생활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3%로 상승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외식물가 상승률(8.4%)과 외식 외 개인 서비스(4.3%) 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율 확대와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으로 주유소 기름값이 하락세를 보이지만, 높은 휘발유 가격은 MZ세대에게 여전히 부담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째 주(7월 31일~8월 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55.8원 내린 L(리터)당 1881.9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대로 내려온 것은 3월 둘째 주(1861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하지만 작년 동기와 비교할 때 리터당 200~300원, 2년 전보다는 600~700원 높은 수준이다.
30대 직장인 A씨는 “유류비가 예전 보다 두 배가 든다. 다른 물가도 다 올라 생활 자체가 돈을 물 쓰듯 쓰는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특히 MZ세대 직장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맨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 하반기 대중교통에 사용한 금액 공제율을 기존 40%에서 80%까지 한시적으로 높이는 만큼 발빠르게 자동차 이용을 최대한 줄이고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서 차를 가지고 나오기가 두렵다”며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까운 거리는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차 한 대로 함께 통근하는 ‘카풀’족도 있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게임회사에 다니는 안모(30) 씨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에 판교에 근무 중인 동네 주민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이 부담된다”며 “바쁜 아침에 시간 맞추기가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차량을 탄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으로 바꾸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보험사는 차량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판매 중이다. 기존 보험사들은 마일리지 할인 특약을 통해 일정 주행거리 이하 시 자동차보험료를 사후 정산 방식으로 할인해 주는데 비해 이 상품은 실제 차량을 주행한 만큼 매월 보험료를 낸다.
30대 직장인 이씨는 "직장 동료 추천으로 최근 자동차보험을 바꿨다"며 "실제 차량을 탄 만큼만 보험료를 내니깐 경제적이고 경제 상황에 맞춰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