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이채환(리브 샌드박스)이 아버지를 향한 속내를 드러냈다.
리브 샌박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2라운드 T1과의 맞대결에서 2대 0 완승을 거뒀다. 12승(5패)째를 거둔 리브 샌박은 정규리그 3위를 확정 지은 것과 동시에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선발전 진출도 확정했다.
이날은 ‘미리 보는 플레이오프(PO)’라 불렸다. 리브 샌박이 PO 1라운드에서 승리하면 PO 2라운드에 선착한 T1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T1의 승리를 점쳤지만, 리브 샌박은 최근의 물 오른 경기력을 과시라도 하듯 T1에 참패를 안겼다. 최상위권팀에게도 리브 샌박의 색깔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경기 종료 후 쿠키뉴스와 만난 이채환은 이날 경기력에 대해 “바텀 라인전 구도에 있어서는 2세트에서 블리츠크랭크로 인한 변수로 인해 라인 관리가 애매할 뻔 했는데 이를 잘 해소했다. 실수가 안 나와서 (경기력이) 완벽해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력적으로 밴픽도 준비 잘 해오고 인게임에서도 딱히 질 플레이를 안 한 것도 있고, 코치 감독님들이 우리의 방향성과 장단점을 잘 잡아줬던 것 같다”며 승리의 비결을 전했다.
리브 샌박은 이날 인원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교전을 열어 승리를 가져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각도적인 측면에서 할 만 했다 싶었던 것들은 스킬도 써보고 아니면 빼는 식으로 했다. 할 만 하니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가슴으로만 플레이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는 “발차기의 정점이라고 해야 될까. 능력치를 99까지 올린 느낌의. 저희가 잘 되면 발차기로 다 죽여 버리는 느낌인데 안 되면 능력치가 모자라서 지는 느낌이었다. 요즘에는 다방면으로 잘하려고 팀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서열 정리를 공언했던 ‘구마유시’ 이민형(T1)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것에 대해서는 “저를 2등이라고 말씀 해주신 것 아닌가. 애초부터 저를 위에 두신 것에서 오히려 되게 자신감을 얻고 했던 것 같다”고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이채환은 이날 2세트 POG 포인트를 획득하면서 1100 포인트 선두로 치고 나갔다. POG 1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싶다는 욕심도 적지 않을 터. 이채환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MVP를 먹기 위해서 승리에 방해되는 플레이를 하진 않을 것 같다”며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한편 이채환의 아버지는 커뮤니티 반응까지 직접 챙겨볼 정도로 아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최근 이채환의 활약에 어느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을 터.
이채환 역시 “자랑을 하자면 아버지가 엑셀로 챔피언 승률별 분당 CS, DPM을 정리해서 주신다. 이번에는 사미라가 좋은 것 같다 이런 말씀도 하신다. 제 솔랭 경기도 챙겨 보고 하신다. 인터뷰도 찾아보시고, 이 인터뷰도 찾아보실 텐데 감사하다. 많이 표현은 못해도”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스프링 시즌 휴식을 선언했을 때, 그리고 복귀를 각오했을 때 가장 많이 응원을 해준 이도 아버지였다. “일단 방송을 해보자고 했는데 방송이 되게 잘 됐다. ‘난 네가 하고 싶은 걸 재미있게 하면서 살면 뭐든지 응원하겠다’고 내가 프로게이머를 처음 할 때부터 해주신 말씀인데 저도 아빠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이러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아빠도 저도 서로 마음속에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좀 통했던 것 같다.”
리브 샌박은 이제 프레딧 브리온과의 정규리그 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채환은 “‘킹레딧 황리온’이 젠지를 상대로 안 밀리더라. 하지만 잘 하는데 잘 넘어지더라. 그래서 불리해도 오늘 젠지처럼 서커스를 해주면 브리온 형님들 가시는 길 어렵지 않게 보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유쾌한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마무리가 안 좋아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고, 과소평가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저희가 작년이랑은 경기력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의식 되지 않고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잘 준비해서 오겠다”며 PO 출사표를 던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