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드라마로 봅시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관련 기사 댓글에서 흔히 보이는 말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제와 소재, 메시지, 논쟁 등을 현실로 이어가지 말자는 얘기다. 그만큼 ‘우영우’는 높은 시청률과 인기만큼 매회 방송될 때마다 다양한 이슈를 만들며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영을 앞둔 ‘우영우’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무엇을 남겼을까. ‘우영우’ 3회에 등장하는 “80년 전만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라는 대사처럼, 현실에서 ‘우영우’를 본 시청자들은 어떤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돌아봤다.
‘우영우’ 패러디 논란에 달린 댓글들
‘우영우’가 화제의 드라마로 떠오르자 한 유튜버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을 재연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를 두고 “자폐 장애인을 조롱하는 영상”이란 비판과 “드라마와 유튜브가 뭐가 다르냐”는 반박이 엇갈렸다. 해당 유튜버가 일부 네티즌들에게 법적 대응 뜻을 밝히고, 본인과 맞지 않으면 차단하라는 공지를 올려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왔다.
한 네티즌은 이 논란에 대해 “드라마는 괜찮고 유튜브는 안 된다는 사람들 너무 모순된 것 같다”고 지적해 공감 450개와 비공감 277개를 받았다. “유튜버는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한 것이라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반응에 한 네티즌은 “드라마도 결국 돈 벌기 위해 하는 거지. (장애인) 인식개선은 부가적으로 얻는 거고”라고 반박했다. “장애를 비하한 게 아니라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따라한 걸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대체로 “드라마와 패러디 유튜브 영상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더 많은 공감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우영우’는 자폐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유튜버는 단순한 개그 소재로 웃음을 만들어 자폐인과 그 가족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해 217명에게 공감을 얻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맨발의 기봉이’(감독 권수경) 캐릭터를 당시 연예인들이 따라한 과거를 언급하며 “예능에서 따라한 것도 희화화 맞다. 지금은 그 때보다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욕하는 거고, 그때는 생각을 못 한 것”이라고 지적한 댓글엔 3246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를 언급한 댓글들
‘우영우’ 방송 이후,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인지 다루는 기사가 유독 많이 나왔다. 현실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변호사로 근무할 수 있는지, 장애 당사자나 가족 입장에서 느끼는 현실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사들이었다.
해당 기사들엔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한다”라며 현실과 연결하는 걸 경계하는 댓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얘기해보자. 살다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자폐 장애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사람 있냐”고 물어 392명의 공감을 얻었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지, 왜 계속 드라마를 현실에 맞추려 하냐”고 답답해하는 댓글엔 401명이 좋아요를 눌렸고, “실제 현실은 아름답지 않으니 드라마를 보는 것”이란 댓글엔 1072명이 공감했다.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원래 드라마는 현실과 다르다”라며 “‘우영우’로 인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랄 뿐이다”라고 적었다. 장애 관련 일을 한다는 네티즌은 “처음엔 우려했지만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우영우가 어쩌면 장애 인식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주변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있다면 한 번 더 관심 가져주시길”이라고 당부하는 댓글을 올렸다.
‘우영우’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를 현실에서 체감한 네티즌도 있었다. 마트에서 줄을 서다가 앞사람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인 걸 알았다는 네티즌은 “순간 반가운 감정이 먼저 들었다”라며 “‘우영우’를 보지 않았으면 이상한 사람, 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더 가깝게 이해하고 다가서고 친근한 마음을 가진 나를 보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자폐 어법이 익숙하고 이상하지 않았다. 그게 이야기의 힘이고 공익 아닐까”라고 적은 댓글은 97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극찬과 비난으로 엇갈린 댓글들
후반부로 갈수록 ‘우영우’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댓글이 크게 늘었다. “페미니즘 묻었다”는 반응부터 “드라마와 정치를 묶는 순간 끝이다”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공감과 비공감을 동시에 많이 받은 댓글이 많았다. 욕설과 비방의 수준이 지나쳤는지 비공개로 가려진 댓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몇몇 기사엔 드라마가 중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내 시청자를 가르치려든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초반엔 진짜 웰메이드 (드라마) 하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자꾸 어떤 인식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강해졌다. 나만 느낀 게 아니었나 보다. 아깝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내 268명의 공감을 얻었다. 다른 네티즌은 “좌파들은 왜 예술작품에서 티를 못 내서 안달이고, 심지어 대중에게 그걸 옳다고 가르치려 한다.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는 댓글로 13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또 “메시지를 주는 것과 가르치는 건 엄연히 다르다”라며 “작가와 감독은 선 넘을 거 다 넘고, 시청자에겐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라는 거냐”라는 댓글엔 356명이 공감했다.
반대로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를 그 자체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드라마에서 인사부장이 여직원에게 하는 말에 뒷목 잡았는데 실화였군요”라며 “아직도 대기업조차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옛날엔 오죽했나 싶다”고 적은 댓글엔 56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 이 시대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라고 소감을 남긴 댓글도 있었다. 드라마 초반엔 칭찬 일색이었다. ‘우영우’가 6회까지 방영된 지난달 16일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데 절대 그걸 시청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울림이 더 크고 깊다. 작가의 역량이다”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해당 댓글엔 2483명이 공감을, 32명이 비공감을 눌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