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나오면, ‘떡밥 회수를 부탁해’
‘우영우’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틀어진 우영우(박은빈)와 이준호(강태오)의 연애, 최수연(하윤경)과 권민우(주종혁) 사이 미묘한 기류, 우영우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려는 한선영(백지원)의 계략, 위암 수술을 앞둔 정명석(강기영)…. 남은 15·16회에서 모두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건이 쌓였으니, 시즌2를 제작해야 마땅하다. 법정 드라마로서 ‘우영우’가 다룰 만한 사건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를 테면, 우광호(전배수) 같은 비혼부 사건은 어떨까. 일명 ‘사랑이법’이 2015년 제정되기 전까지 부모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자식의 출생신고는 친모만 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혼부가 혼자 출생신고를 할 길이 열렸지만, 법원마다 법 해석이 갈려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우영우라면 이들을 어떻게 도울까. 수 년 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받는 명예훼손죄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남편의 불륜 사실을 말한 주부, 학교의 비리를 알린 학생과 활동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여성,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시위했던 아이 엄마 등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만약 우영우가 이들을 변호한다면 어떤 논리를 펼칠까. 여러모로 상상하는 재미가 크다.‘이상한 변호사 류재숙’, 스핀오프 어때요
류재숙(이봉련)은 정의로운 변호사다. 돈 되는 일보다 옳다고 믿는 일에 헌신한다. “어느 의뢰인이 편에 서는 것이 더 멋있냐는 가치판단은 변호사가 할 일이 아니”라는 우영우에게 그는 말한다.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의뢰인 옆에 앉아있는 거예요. (중략) 그러려면 어느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류재숙은 여성, 인권, 노동 등 이기기 어려운 사건을 주로 맡아 “패소 전문 변호사”라는 빈정거림을 들으면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성격은 어찌나 호탕한지, 판사가 아버지의 항렬자를 묻자 “제가 아닌 아버지의 항렬자를 물어보시냐”며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항렬자를 쓰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라고 응수할 정도다. 상대 변호사가 재판 도중 무심코 내뱉은 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써먹는 유머감각도 겸비했다. 영웅적인 면모와 인간적인 매력을 두루 갖춘 이 인물을 시청자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게다가 권민우가 말했듯 그가 수임하는 사건 대부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다. 신념을 가진 개인이 악덕한 권력을 상대로 싸워 이기는 과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사이다’ 서사다. 이 정도면 류재숙이 주인공인 스핀오프 드라마를 만들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숲’이란 세계관 상상해보면
우영우는 난공불락의 성이자 천하무적 장수다. 천재적인 기억력과 기발한 아이디어, 높은 집중력을 두루 갖춰서다. 이런 우영우에게 팽팽하게 맞설 적수, 있다. tvN ‘비밀의 숲’ 시리즈 속 검사 황시목(조승우)이다. 학창시절 뇌섬엽 절제술을 받아 공감 능력에 손상을 입은 황시목은 감정에 휘둘리거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오직 사실과 논리로만 사건을 파헤친다. 만약 우영우와 황시목이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와 검사로 만난다면? 더구나 피고는 무죄를 주장하고, 죄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조차 없다면? 우영우의 신선한 법리 해석과 황시목의 집요한 논리 쌓기가 맞서는 법정 공방,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한여진(배두나)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벌어질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고래 이야기로 들뜬 우영우, 무미건조한 황시목, 사건은 잊고 우영우와 ‘절친’이 될 기세인 한여진 등 캐릭터들의 궁합이 볼만하지 않을까. 물론 야망 검사 서동재(이준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많은 누리꾼들이 상상한대로, 우영우가 태수미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서동재가 알게 된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동재는 또 다시 거짓 없는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