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윤곽이 새정부 출범 100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조직 구조 설계나 위원 추천 등 사전 작업은커녕, 위원회가 구성되는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은 업계 숙원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의약품 관계부처, 산업계 대표, 전문가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중장기 정책 계획을 수립하는 기구다. 산업계는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꾸준히 대통령 직속의 민·관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윤 대통령은 업계의 요청을 수용했다. 지난 5월 취임하면서 국정과제에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포함시켰다. 대통령 직속은 아니지만, 국무총리 직속의 지위로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규제·지원을 총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정책 방향을 조언하는 자문 기구를 넘어, 적지 않은 권한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직접 현안을 선정하고 정책을 구상·수정하는 적극적인 기능을 맡게 될 예정이었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이후 아직까지 위원회 설치 작업은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준비 중’이라는 정부 설명 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윤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방안에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당시 브리핑에서 위원회 구성 현황을 묻는 질문에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논의 중이며, 적극적으로 검토해 설치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위원회 구성은 당분간 제자리 걸음 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정책의 주요 담당 행정청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호영, 김승희 후보자가 연달아 사퇴한 이래 계속해서 빈자리로 남아있다.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실무적 소통창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지만, 복지부가 구심점이 되지 않는다면 각종 인허가와 조달·수입·수출을 맡는 다른 부처를 포괄적으로 조율하기 불가능하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는 정부 목표 실현을 위해 위원회 설치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장의 견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업무는 복지부, 식약처,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청 등 많은 정부 부처에 산재해 있다”며 “일관된 중장기적 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산업계, 전문가 위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조직이 컨트롤타워로서 산업 육성을 위한 안건 선정, 정책방향 설정, 실질적인 추진 방안까지 의논해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