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감독판을 6부작과 비교하는 이들에게 [권해요]

‘안나’ 감독판을 6부작과 비교하는 이들에게 [권해요]

기사승인 2022-08-18 06:00:01
쿠팡플레이 ‘안나’ 메인 포스터와 감독판 포스터.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안나’가 공개 두 달 만에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지난 2일 “쿠팡플레이가 동의 없이 작품을 마음대로 편집해 훼손시켰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그가 작업한 8부작 ‘안나’ 대신, 쿠팡플레이가 감독 동의 없이 편집한 6부작 ‘안나’가 지난 6월 대중과 한 발 먼저 만났다. 그리고 지난 12일, 쿠팡플레이는 이주영 감독이 당초 작업했던 8부작을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뒤늦게 공개된 8부작 ‘안나’는 여러모로 불리하다. 일부 시청자들은 8부작과 6부작의 차이점을 찾으며 둘 중 무엇이 더 나은 작품인지 저울질한다. 8부작이 6부작보다 전개 속도가 느리고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8부작을 온전한 작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교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8부작 ‘안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 자체로 완성작이다. 6부작 ‘안나’에서 이해할 수 없던 인물들의 행동을 8부작 ‘안나’가 모두 설명하는 점에서 그렇다. 유미(수지)의 가정환경, 성장배경, 가족애, 과거 전사를 세세히 그리며 감정선을 구체화한다. 아버지 빚을 갚으려고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유미가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일상을 비춘다.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여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유미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자니 돈이 없고, 그 돈을 벌자니 학력 미달로 번듯한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사이버대학교 입학 역시 쉽지 않다. 이야기에 살이 붙어 마침내 가짜 삶을 택하는 유미의 서사를 설득한다. 유미의 선택이 단순한 허영이 아닌, 고단한 삶을 탈피하려는 몸부림이란 걸 납득하게 한다.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컷.

주변 인물들의 서사도 유미와 어우러지며 이야기에 힘을 보탠다. 지원(박예영), 현주(정은채), 지훈(김준한)의 캐릭터가 도드라지며 극이 더 풍성해진다. 눈에 띄는 건 지원이다. 유미와 지원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지내며 서로 의지하던 관계다. 늘 정의롭던 지원의 과거사까지 더해지니, 유미의 정체를 추적하던 지원의 행적에 열등감이란 오해가 끼어들 자리는 사라진다. 과거 이야기가 그려지며 현주의 오만함과 지훈의 야망에도 당위성이 생긴다. 파경을 맞은 현주가 돈에 집착하게 된 배경, 유미가 마레에서 함께 일한 선우(우지현)와 연락이 끊기지 않은 이유도 설명된다. 기자로 고군분투하던 지원의 신념은 선명해지고, 비서 조유미(박수연)와 과거 유미의 공통분모도 살아난다. 

인상적인 연출도 곳곳에 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던 유미의 모습이 화려한 안나의 삶과 번갈아 나오는 장면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부각시킨다. 세세한 음악 연출은 전개에 활기를 더한다. 오프닝 역시 각 인물의 상징적인 장면을 배치해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8부작 ‘안나’를 6부작과 비교하려고 감상하기엔 아깝다. 잘렸던 장면이 살아나며 이야기엔 맥락이 생긴다. 서사가 쌓이자 평면적이던 장면에도 입체감이 느껴진다. 모든 인물이 유미와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극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만든다. 매 장면이 연결되고, 인물 간 서사가 맞물리니 극에 완성도가 더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6부작 ‘안나’가 좋았다면, 모든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는 진정한 ‘안나’를 만나보길 권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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