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골수 게이머가 아닌 이상 출시된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최근 모바일 게임의 흥행 여부는 30분 플레이 후 판가름 난다고 보고 있다. 쿠키뉴스는 최소 30분 동안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고 받은 간략한 인상 등을 [30min]을 통해 소개한다.
넥슨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히트’가 속편으로 돌아왔다. 히트는 넥슨 모바일 게임 최초로 양대 앱 마켓 매출 1위 기록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IP(지식재산권)다.
원작의 세계관을 계승한 ‘히트2’는 대규모 공성전과 필드 전투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게임이다. 여기에 매주 유저들이 투표를 통해 본인이 속한 서버의 규칙과 효과를 정하는 ‘조율자의 제단’,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 등의 신선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리니지2’, ‘테라’ 등 대작 MMORPG 개발의 중추 역할을 했던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개발을 진두지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았다.
게이머들의 초반 반응은 엇갈린다. 히트2는 30일 기준으로 출시 5일 만에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단조로운 전투 방식, 과도한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해선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날 히트2는 구글 플레이 평점 5점 만점에 3.7점을 기록 중이다.
직접 플레이 해 본 히트2는 201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히트의 게임성이나 정체성을 엿보긴 힘든 게임이었다. 인터페이스부터 전투 방식까지 타 MMORPG와의 기시감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즐거운 그래픽, 손맛 떨어지는 전투
히트2는 전체적인 만듦새는 수준급인 게임이다.
뛰어난 그래픽 품질로 유명했던 원작과 같이, 히트2 역시 수려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모바일 버전에선 그래픽 해상도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PC 버전에선 깔끔한 캐릭터 모델링과 정교하고 광활하게 표현된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타격감은 음향과 카메라 효과를 적절히 사용해 준수하게 표현됐다.
다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MMORPG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냥과 성장 과정이 지나치게 단조로워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원작의 경우 단순한 조작법을 기반으로 한 방어‧반격 시스템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히트2는 최근 출시된 MMORPG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회피기 마저 없다.
수동 전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보니, 기계적으로 퀘스트를 수락하고 자동사냥으로 몬스터를 때려 잡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스토리 전개도 특별할 것 없이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데다가, 주어지는 퀘스트마저 흔한 MMORPG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좀처럼 흥미를 붙이기 어려웠다. 올해 상반기 잘 짜인 스토리와 수동전투를 통한 ‘손맛’으로 넥슨에 선물을 안긴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과는 극명히 상반됐다.
히트2의 본 매력은 공성전과 필드 전투라고 하지만, 게임 초반부가 무료해 라이트한 MMORPG 유저로선 성장 단계부터 힘이 부쳤다. 더욱이 이 게임만의 차별화 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욜자의 재단 등은 초반 단계에선 사실상 체감이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크리에이터 후원 시스템 역시 라이트 유저와는 거리감이 있는 요소다. 곁가지 시스템보다 내실 다지기에 힘썼으면 좋았겠다는 감상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다.
우린 히트를 기대했는데
히트만의 정체성을 느끼긴 힘들지만, 매출면에서는 지속적인 '히트'를 칠 것으로 기대된다. 어딘가 친숙한 BM 구조를 취한 만큼, MMORPG 충성 유저 유입에 성공한다면 장기 흥행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히트2의 BM은 크게 ▲클래스 변신 뽑기 ▲펫 뽑기 ▲캐시 액세서리 ▲ 스킬 및 장비 강화 구조 ▲ 내부 거래소로 구성돼있다. 전형적인 MMORPG 흥행 공식을 따른 셈이다. 뽑기 확률은 극악으로, 넥슨 홈페이지의 확률 공시에 따르면 뽑기를 통해 희귀 등급을 얻을 확률은 1.6%, 영웅 등급은 0.15%에 그친다. 고대 등급은 18종으로 등장 확률은 0.00083%다. 최고 등급인 전설은 이런 고대 등급 클래스·펫 4개를 모은 후, 20%의 성공 확률을 뚫고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 합성이 실패하면 재료로 쓰인 클래스나 펫은 사라진다.
출시 직후 제기된 '리세마라' 사태 등으로 무소과금 유저들이 반발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넥슨은 '개발자의 편지' 등으로 적극 소통에 나서며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운영 과정에서 유저들의 심기를 건들지 않는다면 충성 유저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히트2가 빠르면 금주 리니지M을 제치고 매출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별점과 한 줄 평(5점 만점)
3점. 굳이 히트여야 했을까.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