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은 거포 전성시대…한국산 거포가 없다

미국-일본은 거포 전성시대…한국산 거포가 없다

MLB는 애런 저지가 57홈런, NPB는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55홈런
한국은 박병호 33개가 최다치, 최근 거포 기근 현상까지 보여

기사승인 2022-09-15 17:27:08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AP 연합

최근 해외 프로야구 리그에서 ‘거포’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만은 예외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다. 올 시즌에만 무려 57개를 때려내며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빅리그 7년차를 맞은 저지는 2017년에 52개, 2021년에 39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이름을 알렸고, 올해는 역대급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저지는 2001년 베리 본즈(73홈런) 이후 약 21년 만에 단일 시즌 60홈런 돌파에 도전한다.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 단일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본즈, 마크 맥과이어(70홈런 등 2차례), 새미 소사(66홈런 등 3차례), 로저 매리스(61홈런), 베이브 루스(60홈런) 등 5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들 중 본즈와 맥과이어는 불법 약물 복용으로, 소사 역시 금지 약물과 코르크가 들어간 부정 방망이 사용 등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양키스는 15일 기준 143경기를 치른 상태다. 잔여 경기는 19경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저지가 현재 추세라면 시즌 65호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무라카미 무네타카.   연합뉴스

옆나라 일본에서는 23살에 불과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자국 리그를 평정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55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열도를 뒤흔들었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은 무라카미는 프로 2년차인 2019년에 36홈런을 때려내며 거포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2020년 28홈런, 2021년 39홈런으로 페이스를 이어갔고, 올해 재능을 만개했다.

무라카미가 앞으로 2개의 홈런을 때려내면 2003년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기록한 아시아 선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넘어선다.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2013년 세운 NPB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0개)에도 5개만 남겨뒀다.

KT 위즈의 박병호.   연합뉴스

해외에서 거포들이 진기록을 써나가는 반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잠잠하다.

올해 KBO리그 홈런 선두는 KT 위즈의 박병호(33개)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한 박병호는 전반기에만 27홈런을 때리면서 40~50홈런 달성을 넘봤다. 하지만 후반기에 6개에 그쳤고, 지난 10일에는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루를 밟는 과정에서 태그를 피하려다 오른쪽 발목을 다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40홈런 달성은 물거품이 됐다.

현재 박병호의 뒤를 호세 피렐라(25홈런), 오지환(23홈런), 김현수(22홈런)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이들이 30홈런을 넘어설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47홈런) 이후  40홈런을 달성한 타자가 2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타자가 40홈런을 기록한 건 김재환(44홈런), 박병호(43홈런), 한유섬(41홈런)이 있던 2018년이 마지막이다.

2020년에 접어들며 거포의 씨가 말랐다는 평이 뒤따른다. 2000년대에는 이승엽과 심정수라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거포가 있었고, 2010년대에는 박병호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뒤를 이을 거포 후계자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

올 시즌 20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7명에 불과하다. 이 중 20대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21개)가 유일하다. 20위권까지 순위를 넓혀보면 한화 이글스의 김인환(15홈런)이 있는데, 현재 28세로 곧 30대에 접어든다.

국내에서 거포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로는 낮아진 공인구 반발계수가 거론된다.

2010년대 후반 ‘타고투저’ 현상이 극에 달하자 KBO리그에서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낮췄다. 올해는 2019년 이후 공인구 반발계수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홈런 생산이 더욱 줄었다. 여기에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이 이전보다 넓어지면서 타자들이 공에 배트를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단들이 유망주들가 파워히터 스타일로 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야구계 관계자 A씨는 “과거에는 한 방을 갖춘 타자들이 높은 대우를 받았지만, 최근 트렌드에는 타율과 출루율 등이 좋은 타자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파워 툴 보다는 타격이나 출루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 거포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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