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 데뷔한 ‘두두’ 이동주(한화생명e스포츠)는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워 팬과 관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라인전 단계에서의 안정성이 부족하고, 중후반 교전 단계에서 팀과 호흡을 맞추는 데 애를 먹으면서 더디게 성장했다. 작년에는 ‘모건’ 박루한(현 프레딧 브리온)과 번갈아 출전하면서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동주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이었다. 잠을 줄여가며 연습에 매진했고, 기약 없는 기회를 기다렸다. 로스터에만 이름을 올리고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던 작년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협소한 공간과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매진한 일화도 있다.
첫 풀타임 선발을 치른 올해, 이동주는 달라졌다. 라인전 기량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중후반 단계에서의 움직임도 많이 개선됐다. 올 시즌 단 2승을 수확하는 데 그친 한화생명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화생명 캠프원에서 이동주를 만났다. ‘무력의 두두’, ‘두샤이’라는 별명이 자아내는 다소 상기된 인상과는 다르게, 그는 차가우면서도 냉정하게 팀의 경기력과 자신의 기량에 대해 짚어 감탄을 자아냈다.
아래는 이동주와의 일문일답이다.
Q. 휴가는 어떻게 보냈나?
그냥 고향 내려가서 부모님 얼굴 오랜만에 뵙고 친구들 좀 만나면서 재충전하고 왔다.Q.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평가하나?
올해 일단 처음 주전으로 뛰는 거라 첫 스프링 시즌 때는 약간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경기를 치르다 보니 부담감이 덜해졌다. 충분히 스프링 때 해볼 것들은 다 해봤다고 생각해서 서머 시즌 돼서는 생각을 깊게 하면서 게임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하면서 좀 더 발전된 선수가 된 것 같다.
Q. 최하위로 마친 한화생명e스포츠의 올 시즌, 아쉬웠던 점은 무엇일까?
일단 가장 아쉬웠던 거는 매치 승 그냥 세트 승이 아니라 이제 그날의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게 좀 많았던 것 같아서 그게 아쉬웠다. 팀 선수들 전부 스프링 때보다는 다 같이 많이 생각하면서 게임한 것은 발전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게 토대가 돼 매치 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움으로 남는다.
Q.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경기 전엔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에 대해 막 크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서 우리가 DRX를 이겼던 경험이 많았던 것 같아서 마지막 경기 준비하기 전에 ‘그 기억을 잘 살리면서 오늘 잘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2대 1로 마무리를 잘 해서 회식 자리에서 그나마 밝은 분위기로 시즌을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Q.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하게 된 올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나
아무래도 작년에 보여줬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불안정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내가 단독으로 탑을 맡는 게 불안하고 못미더웠을 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 인식을 바꾸고자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어느 정도 안정감도 되찾고 인식을 많이 바꿨다고 생각한다. 나름 개인적으로는 많이 발전한 시즌이었던 것 같다.
Q. 스프링 시즌과 비교하면 올 시즌의 두두는 무엇이 다른가
일단 스프링 때보다는 무슨 플레이를 하던 일단 생각을 한 번 더 하면서 했다. 라인전 단계에서 디테일 연구를 많이 해서, 숙련도가 낮은 챔피언을 하지 않는 이상 라인전 단계에서 밀리지 않았던 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Q. 개인적으로는 중후반 운영에서 훨씬 더 안정감이 생긴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서머 시즌엔 내가 캐리롤을 맡아야 되는 상황이 많았다. 연습 과정에서도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혹은 ‘좀 더 효율적으로 맡아서 성장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거기서 온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다.
Q. 앞서 말했듯 라인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솔로킬만 16회(3위)인데 계기는?
일단 게임을 계속 혼자서 하다가 풀타임을 뛰다 보니까 상대 정글 위치라든지 이런 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뻔한 타이밍으로 느껴졌다. 라인전 단계에서 예전보다는 상대방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등의 심리가 잘 보여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들 때문에 그런 데이터(솔로킬 16회)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Q.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2라운드 담원전 1세트 ‘그웬’으로 ‘피오라’와 붙은 경기다. 대다수 분들이 마지막에 3대 1로 땄던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게임 내에서 너구리 선수와 1대 1을 계속 재밌게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게 가장 즐겼던 경기였고, 게임할 때도 나름 재밌게 했던 터라 제일 기억에 남는다.
Q. 그날 경기 후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두두에게 그 경기는 어떻게 남았는지?
주변에서 친구들이라든지 지인들이 ‘오늘 많이 잘했다’ 이런 식으로 카톡 같은 걸 많이 주셨다. 따로 경기를 계속 돌려보진 않았지만 내가 못 한다거나 오늘 경기는 조금 못 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엔 그런 장면들을 되돌려보면서 ‘그래 나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계속 몇 번씩은 봤던 것 같다.
Q. 9개 게임단 탑 라이너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를 꼽자면?
일단 ‘제우스(T1)’ 선수가 가장 인상 깊었다. 아무래도 (데뷔) 첫 시즌부터 이렇게 탑 라이너가 잘하기는 쉽지가 않은데 게다가 나이도 LCK 탑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지 않나. 경기를 해봤을 때, 연습을 해봤을 때 이 선수가 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고 어떻게 몇 년 차를 뛴 베테랑만큼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Q. 두두는 엄청난 노력파로도 유명하다.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감독 코치님들이 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일 때도 계속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내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 주변에서 했던 말이 ‘너는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다’였다. 누구나 다 들은 말일 수도 있지만 부진할 때도 감독 코치님들이 계속 격려를 해주셨고 믿어주셔서 그 부분을 믿고 ‘나도 하다 보면 언젠간 변하겠지’ 생각하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Q. 다소 모호한 질문일 수도 있다만 두두에게 ‘노력’이란 무엇인가. 앞서 노력으로 유명했던 ‘로치’ 감독은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은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
프로 생활 시작하면서 느낀 건 학창 시절의 공부랑 (롤이) 비슷하다는 거였다. 노력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막연하게 게임만 하는 것이 노력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한테는 잘하는 선수들이나 솔로랭크에서 만난 유저들의 리플레이를 돌려보는 등의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이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창시절 때도 나보다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프로 생활도 비슷하다고 본다, 막연하게 몇 십 판, 몇 백 판 막연하게 자기 상태도 좋지 않은데 계속 게임만 하는 게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컨디션에서 계속 최선의 집중으로 한 게임, 한 게임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기가 부족하다거나 연습 때 못 해 본 구도가 있다면 요샌 유튜브나 사이트가 잘 되어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견적이나 이런 것들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런 것들과 다 같이 복합적으로 하는 게 정말 효율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로치는 당시 인터뷰에서 두두와 비슷한 말을 했다.
“솔로 랭크보다는 스스로의 플레이나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연구하는 게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다. 그걸 뒤늦게 깨달아서 살짝 아쉽다. 그래도 그만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깨달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T1 ‘로치’ 김강희 “LoL이라는 게임, 참 얄궂다”[쿠키인터뷰] 中
Q. 두두의 연습 방식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웬만하면 시즌 중에는 나오는 챔피언들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 숙련도가 높고 잘하는 선수가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챔피언들이 한 번씩 있다. 그런 걸 검색해서 리플레이를 돌려본다든지, 아니면 대회 때는 한 번씩 나오는데 연습 때 못 해본 그런 챔피언 구도가 나오면 그것도 따로 리플레이를 자주 본다. 솔랭의 경우 게임은 이겼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 그것도 돌려본다.
Q. ‘무력의 두두’, ‘두샤이’ 등 여러 애칭들이 있는데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나
예전에도 어디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나는 ‘두샤이(두두+더 샤이)’라는 별명이 아직도 가장 마음에 든다. 가장 간결하면서도 내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별명이라고 생각해서 가장 좋아한다.
Q. 다른 선수의 이름이 붙지 않은, 두두만의 별명을 갖고 싶다는 욕심도 있나?
다른 선수 별명에 내 이름이 붙으면 가장 기분이 좋을 것 같다.
Q.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해서 한화생명과 두두에게 필요한 것은
나름 서머 시즌 중반부터 사이드를 효율적으로 어떻게 분배할지를 계속 곰곰이 생각했다. 아직도 그 부분이 오래된 베테랑 선수들처럼 뛰어나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먼저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Q. 두두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내가 주전으로 뛰는 플레이오프 진출과 주전으로 뛰는 롤드컵에 가보는 거다.
Q. 3자로만 롤드컵을 경험했는데, 두두가 생각하는 롤드컵 무대란
아무래도 선수들이라면 꿈을 그리는 가장 큰 국제무대다. 세계적으로도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큰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 무대에서 게임하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Q. 두두가 이번 롤드컵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탑 라이너가 있나
‘369(징동 게이밍)’ 선수다. 연습 때 같이 경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약간 다른 중국 탑 라이너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아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궁금하다.
중국 탑라이너들은 보통 공격적으로 할 때 공격적으로 한다. 나와 수비적으로 붙는 느낌은 많이 못 받았는데, 369 선수는 약간 육각형으로 만족스럽게 뻗어있는 그런 탑 라이너였던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롤드컵에 나올지 궁금하다.
Q. 올 시즌 한 뼘 더 성장한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내년에는 어떤 결과가 나와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 한 시즌은 굉장히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내년에 너도 좋은 상황이든 안 좋은 상황이든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