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를 포기했다. 스타디아 서비스 중단으로 인해 클라우드 게임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와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의 경쟁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미국 본사는 30일(한국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서비스 중단과 환불 일정을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구글은 이 서비스를 2023년 1월 18일까지 제공하고 ‘구글 스토어’를 통해 판매된 스타디아 하드웨어, 모든 게임과 부가 콘텐츠를 환불할 예정이다. 이 환불 절차는 대부분 2023년 1월 중순에 완료될 것이라고 구글은 예상했다.
필 해리슨 구글 스타디아 담당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소비자들에게 게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스타디아의 접근은 강력한 기술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기대했던 사용자들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스타디아는 2019년 11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14개국에 출시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이용자의 조작 신호를 서버에서 처리하고 게임 화면을 다시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해 별도로 게임을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여타 서비스와 비교해 주목할 만한 장점이 없어 시장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가격대비 만족도 문제가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이렇다 할 매력적인 라인업의 부재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그래픽 품질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시 직전 구글은 스테디아에서 4K 해상도를 지원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비트레이트(초당 처리해야하는 비트 단위의 데이터크기)를 유지하지 못해 화면에 픽셀이 뭉개지고 화면 해상도가 오락가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일부 게임은 아예 4K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기도 했다.
여기에 클라우드 게임 시스템의 고질적인 한계로 인한 인풋랙(입력 지연을 지칭하는 용어)도 두드러졌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둠 이터널’ 등 특정 게임에서는 버튼을 누르고 한참 후에야 캐릭터가 반응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인풋랙으로 인해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구글은 비록 스태디아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그 기반이 된 클라우드 기술은 앞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리슨 부사장은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을 구글의 유튜브, 구글 플레이, AR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적용할 분명한 기회들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더 나아가 게이밍의 미래에 관한 비전을 같이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게이머들은 구글의 이번 결정에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커뮤니티 레딧에는 “필 해리슨이 또다시 실패 커리어를 추가했다”는 부정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과거 엑스박스 원의 총책임자였던 해리스 부사장은 ‘Xbox One’의 흥행 참패로 인해 경질되기도 했다.
비록 스타디아가 철수했지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 업체 뉴주는 2021년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매출이 15억 달러(약 2조 160억원)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63억 달러(약 8조 4672억원)에 달해 급성장할 것이로 예측했다.
한편 스태디아의 철수로 클라우드 게임시장은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와 MS의 게임패스가 양분하게 됐다. 양사는 안정적인 서비스로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MS의 게임패스는 가장 늦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선두주자로 활약 중이다. 특히 지난 2월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더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이 가운데 게임패스 얼티밋 서비스는 게이머들에게 많은 호평을 얻고 있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는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게임패스 라인업에 포함된 대부분의 게임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다.
2020년 100만명의 구독자를 모은 지포스 나우는 불과 2년 만에 2000만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게 됐다. 지포스 나우는 크롬, 사파리, 엣지를 포함한 다양한 브라우저를 완벽하게 지원하고, 1080P 해상도에 60프레임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스팀이나 에픽스토어, 유플레이에서 구입한 게임을 그대로 클라우드에서 즐길 수 있다는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ICT(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국내게임사들도 지포스 나우와 게임패스에 자사 게임을 탑재해 글로벌 시장을 경쟁하려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