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퇴장' 이대호 "이제는 팬으로 사직구장 찾겠다"

'레전드의 퇴장' 이대호 "이제는 팬으로 사직구장 찾겠다"

기사승인 2022-10-08 22:13:44
행가래를 받는 이대호.   연합뉴스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두 아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겠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투타에 걸쳐 맹활약 하며 롯데의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1회말 2사 2루에서 타석에 선 이대호는 LG 선발 김영준을 상대로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보기 위해 사직 구장에는 2만2990명은 이대호가 안타를 때리자 "이대호"를 목청껏 외쳤다.

이후 팀이 3대 2로 앞선 8회초 아웃카운트 1개를 책임지며 홀드까지 기록했다. 9회초 다시 수비수로 나선 이대호는 2사 2루에서 땅볼 타구를 잡은 한동희의 원바운드 송구를 잡아내며 현역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를 마치고 이대호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이 열렸다.

 추신수와 최준석, 오승환, 이우민, 정근우 등 이대호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물론 조성환, 이승엽, 강민호, 황재균, 박용택, 김태군,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등도 영상 메시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대호를 응원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과 미국에서도 이대호와 인연을 쌓았던 구도 기미야스 전 소프트뱅크 호스크 감독, 스캇 서비스 전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 로빈슨 카노, 마쓰다 노부히로 등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마쓰다는 서툰 한국어로 "2년간 한국에서 제일가는 타자와 함께 야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오랜 기간 수고 많았다"고 말을 전해 감동을 선사했다.  

선물 전달식도 진행됐다. 이대호는 팬으로부터 롯데의 심장 케이크와 모자이크 포토 액자를, 신동빈 구단주로부터 영구결번 반지와 유니폼 액자를 선물 받았다. 영구결번 반지에는 이대호가 롯데에서 보낸 시간과 등번호 10번, 타격 7관왕 기록, 그의 타격폼, 탄생석 등이 새겨졌다. 이대호는 신 구단주에게 자신의 실착 글러브를 답례품으로 전달했다. 또부산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기부금 1억원 전달식도 진행됐다.

이어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씨, 딸 예서, 아들 예승군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대호는 가족들의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터트렸다. 꽃다발을 건네는 아내를 끌어안고 두 사람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흘리는 이대호.   연합뉴스

이대호는 북받치는 감정 속에 준비한 고별사를 읽었다. 

이대호는 "오늘이 세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다. 기일에 은퇴식을 갖는 것이 감회가 새롭고 많이 슬프다"라며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는 사직구장 만큼 멋진 풍경은 없을 것이다. 타석에 들어서서 들리는 부산 팬들의 함성 만큼 멋진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저 이대호 만큼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실 나는 부족한 선수였다. 지금도 가끔 눈을 감으면 내가 한 실수들, 내가 날려버린 기회들이 떠올라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하지만 팬들은 내가 한 두번의 실수보다 한번의 홈런을 기억해주고, 타석에 설 때마다 '이번에는 해낼 것이다'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실수했던 기억들은 잊고 내가 잘했던 순간만 떠올리면서 배트를 휘두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어린 시절 자신을 야구 선수로 길러준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항상 걱정하셨던 대호가 이렇게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은퇴를 하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이대호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두 아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겠다.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 롯데팬 이대호가 되겠다. 팬 여러분이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러주셨던 이대호는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다"며 "회장님과 롯데 관계자, 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구결번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대호.   연합뉴스

이후 이대호의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롯데 선수로는 故 최동원(11번)에 이어 두 번째다. 이대호가 사용한 10번은 롯데 구단의 유일한 영구결번이었던 고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리한다.

오픈카를 타고 사직구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인사한 이대호는 롯데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대호와 작별을 아쉬워하며 사직구장의 밤하늘에 폭죽이 터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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