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이시강이 자신을 믿는 법 [쿠키인터뷰]

‘으라차차’ 이시강이 자신을 믿는 법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0-14 13:55:07
배우 이시강. 에이코닉

배우 이시강은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늘 작품을 떠나보낼 때면 한 차례씩 홍역을 앓았다. 전작 KBS2 ‘비밀의 남자’를 마친 뒤에도 대상포진에 걸려 몸과 마음 모두 고초를 겪었다. 최근 종영한 KBS2 ‘으라차차 내 인생’은 달랐다.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만난 이시강은 “이번엔 전혀 아프지 않았다”며 “잘 놀다 온 기분이다.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에서 개과천선하는 강성욱 역을 연기했다. 극 중 강성욱은 외동아들로 살다 강차열(양병열)을 새 가족으로 맞으며 삐뚤어진 인물이다. 극 초반 뺑소니 사망 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회피하는 등 악행을 저지르지만 참회하고 새 사람이 된다. 극적인 변화를 겪는 만큼 인물 사이 관계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시강은 “대본에 집중해 서사와 인물 간 관계, 상황을 이해했다”면서 “감정선을 맥락에 맞게 표현하는 역할이라 기뻤다”고 돌아봤다. 죄를 뉘우친 후 차열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장면에선 예상치 못한 눈물을 펑펑 쏟았단다. 긴 연기 경력을 가진 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다. 선우재덕, 박해미와 부모 자식으로 만난 건 특별했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 보조 출연하며 연기를 처음 시작한 이시강이 박해미와 호흡을 맞춘 건 더욱더 뜻깊다. 이시강은 발을 디뎠다.

“20대 초반까지 축구선수로 하다 그만뒀어요. 문득 연기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일단 생각하면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 길로 곧장 단역,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알아봤어요. 그러다 ‘거침없이 하이킥’에 풍파고 학생으로 출연했죠. 정일우와 김범 옆에서 병풍처럼 서있기만 해도 행복했어요. 그때도 나름 팬이 있었다니까요? 하하. 그 시기에 KBS2 ‘스펀지’ 실험맨, SBS ‘헤이헤이헤이’ 보조 출연도 했어요. 박해미 선생님께 그때 그 풍파고 학생이 저였다고 하니까 ‘너도 참 독하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15년이 걸렸거든요. 포기하지 않는 제 모습을 대견해하셨어요. 해미 선생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니까 새삼 배우의 길을 잘 걸어왔단 생각이 들었어요. 뭉클해요.”

배우 이시강은 KBS2 ‘으라차차 내 인생’에서 차열(양병열)에게 눈물로 사죄하는 대목을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방송화면 캡처

이시강이 배우로 주목받은 건 2017년 방영한 SBS 아침연속극 ‘해피시스터즈’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순애보를 가진 본부장 민형주를 연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웹 드라마, 대만 드라마 등을 거쳐 ‘비밀의 남자’에서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았다. “새 작품에 들어가기 전 전작들을 보며 달라진 스스로를 확인한다”던 그는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걸 꾸준히 느낀다”고 말했다. ‘비밀의 남자’에서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보여준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에선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받았다. ‘으라차차 내 인생’은 마지막 회에서 20% 고지를 넘기며 성황리에 종영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늘 부족한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요. 욕심은 내려놓으려 하죠. 연기를 잘하면 감독님들이 저를 써줄 테니까요. 주어진 상황이 어떻든 늘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어요. 제 강점이 정신력과 체력이거든요. 스포츠와 연기 모두 욕심이 과하면 안 돼요. 두 영역 모두 잘하려고 애쓰거나, 힘이 들어갈수록 결과가 안 좋아요. 성격이 급해도 안 되고요. 운동선수로 살며 느꼈던 게 연기와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노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거든요.”

성실함과 집념은 이시강의 무기다. 그는 현장에선 대본을 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본을 완벽히 숙지해서다. ‘으라차차 내 인생’을 하며 일주일에 대본을 여덟 권씩 외웠단다. 노력의 근원은 성취감이다. “군에 입대하며 몸을 키우고 일본어를 통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둘 다 해냈죠. 상관께서 ‘다들 목표만 세우고 이루지 못하는데 넌 뭘 해도 될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고진감래를 느낀 만큼 연기자로서도 확신이 있다. 이시강은 무엇이든 해낼 자신을 믿는다.

“인간에게 한계는 없어요.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한 우물만 파면 언젠가 돼요. 배우로서도 더 나아갈 수밖에 없죠. 성취감의 단맛을 아니까 전 앞으로 뭐든 해낼 수 있어요. 지금의 저를 만든 ‘거침없이 하이킥’을 늘 마음에 품고 있어요.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해냈던 스스로의 동력을 믿어요. 진실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연기에 갈증을 느끼거든요. 많은 걸 경험하며 더 좋은 연기자로 나아갈 거예요. 저는, 할 수 있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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