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은 ‘2022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지난 서머 시즌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승 우승을 달성한 스프링 시즌 당시를 떠올릴 법한 팀 호흡과 경기력이다. 젠지 e스포츠, 중국의 징동 게이밍 인텔(징동)과 더불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떠올랐다.
선수단 전반의 경기력이 상승했지만, 기량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T1)이다. 소위 ‘바텀 메타’로 불렸던 지난 시즌 무대에서, 이민형은 이름 없는 단역에 불과했다. 캐리력은 물론이고 안정성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데뷔 이래 가장 주가가 하락했다.
하지만 긴 휴식을 거치면서 목표를 재설정 했고, 절치부심 훈련에 임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론 이번 롤드컵에 출전한 원거리 딜러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의 안정성이다. 이민형은 롤드컵 들어 치른 9경기에서 7경기를 노데스로 마무리했다. 최다 데스 기록은 지난 8일 그룹스테이지 1라운드 프나틱전에서 기록한 4데스다. 좀처럼 죽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특유의 거리 재기 능력으로 딜을 욱여넣고 있다.
22일(한국시간) 열린 중국 로열 네버 기브업(RNG)과의 8강전은 이민형이 어떤 선수인지를 재확인한 경기였다. 1, 2세트를 노데스로 마친 이민형은 3세트엔 단 2데스만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자야’를 플레이 한 2세트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와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패색이 짙었음에도, 집중력을 유지한 채 죽지 않고 성장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데스를 기록한 3세트 역시 높은 ‘바루스’ 숙련도를 보여주며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교전 때마다 ‘나노 무빙’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바루스’로 승리를 따낸 선수는 이민형이 유일하다.
이민형은 이날 2세트에 대해 “파밍 하면서 내가 잘 크긴 했지만 ‘카이사’가 조금씩 CS를 따라오는 걸 보면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면서도 “조합상 자야가 딜을 하기 어려운 조합이 아니었고 ‘레나타’도 있어서 (내 플레이)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 중간에 역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흥분도 되면서 긴장도 되고 손도 떨렸다. 결국 이겨내서 감정이 한 번에 터졌던 것 같다”며 승리의 여운을 전하기도 했다.
이민형은 이제 4강전 상대인 징동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바텀 구도를 연습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연습했다. 바텀 챔피언 풀에서라면 우리 바텀을 따라올 팀이 없다”며 “징동이 여러 인터뷰나 보이스에서 T1을 만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다음 4강전에서 보여드리겠다. 열심히 준비해서 결승까지 가겠다”고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