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4년 만에 하원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접전을 펼치면서 의회를 누가 장악할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9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6.89p(1.95%) 밀린 3만2513.9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79.54p(2.08%) 내린 3748.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63.02p(2.48%) 떨어진 1만353.17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월가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예상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은 조 바이든 정부의 재정 지출 계획을 제지할 것이란 기대감에 레드웨이브(공화당 상하원 승리)를 원했다.
그러나 막상 개표를 열어보니 민주당이 예상 밖 선전을 보였다. 하원에선 공화당이 4년 만에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어느 당이 의회 권력을 거머쥘 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50.4%)가 메메트 오즈 공화당 후보(48.2%)를 꺾은 것은 공화당에 큰 타격이 됐다. 또 다른 승부처인 조지아주는 일단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99%가 개표된 상황에서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49.2%)와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48.7%)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해 내달 6일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것으로 결정났다.
CNN 집계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48석, 공화당은 49석을 확보했다. 총 100석인 상원은 공화당이 51석을 확보해야 다수당 지위를 갖는다.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 투표가 상원 다수당을 누가 가져갈지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인 것도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전날 공개한 FTX 인수 의향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폭락이 가속화됐다. FTX가 지분 투자한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 주가는 13.76% 내렸고, 코인베이스 주가도 9.54%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10일 발표될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를 주시하고 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오는 첫 물가 보고서다.
다우존스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CPI 상승률(8.2%)보다 소폭 둔화한 수준이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월트디즈니 주가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을 공개하고 13.16%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테슬라 주식 1950만주 39억5000만달러 상당(약 5조4000억원 규모)을 매각했다는 소식에 7.17% 하락했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 주가는 1만1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5.18% 상승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웬디스 주가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에 힘입어 3.04%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보다 CPI 결과를 더 큰 변수로 보고 있다.
알리안츠IM의 요한 그란은 CNBC에 “인플레이션은 연준에 가장 큰 적”이라며 “핵심 지표인 CPI가 상승한다면 시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일리 웰스의 아트 호건 최고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CPI는 인플레이션을 살피는 중요 데이터 중 하나”라며 “CPI 보고서를 앞두고 큰 베팅을 하려는 투자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