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대, 고증과 퓨전 경계 선 ‘슈룹’

달라진 시대, 고증과 퓨전 경계 선 ‘슈룹’

기사승인 2022-11-11 06:00:05
tvN ‘슈룹’ 포스터. tvN

반환점을 돈 tvN ‘슈룹’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퓨전 사극으로서 극적 허용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사극으로서 최소한의 고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슈룹’은 자식을 지키기 위한 중전 화령(김혜수)의 고군분투를 담은 궁중 암투극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가상 왕을 내세웠다. 매 회 ‘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단체, 사건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린다’고 자막으로 고지하고 있다.

‘슈룹’을 둘러싼 논란은 두 갈래로 뻗어간다. 중국 색채가 강하다는 점과 고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시청자는 ‘물귀원주’를 설명하는 자막에 중국식 간체가 들어가고, 태화전과 본궁 등 중국 사극 용어가 나오는 부분을 지적했다. 중전이 궁궐을 마구 뛰어다니는 모습, 후궁 소생 황자가 적통 세자에게 ‘네 엄마’·‘세자 새끼’라고 일갈하는 대목 역시 조선시대를 전혀 고증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슈룹’ 스틸컷. tvN

과거에도 사극엔 고증 오류가 빈번히 제기되곤 했지만, 고증 문제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이어진 건 시대상이 달라져서다. 중국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침탈하는 동북공정을 일삼으며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전보다 커졌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중국 사극을 접할 기회가 늘며 각종 요소를 비교하기도 쉬워졌다. SBS ‘조선구마사’ 사태 역시 일을 키웠다. ‘조선구마사’는 중국식 의복과 소품을 활용하고 실존 인물을 폄훼하는 대사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여 조기 종영 수순을 밟았다. 

업계는 ‘슈룹’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반응은 분분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콘텐츠인 만큼 정서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쪽과 사극 장르에 잣대가 엄격해지는 걸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사극이 역사에 기반을 둔 장르인 만큼 개개인마다 극적 허용 범위가 다르다”면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더욱더 세심히 접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선례가 있는 만큼 시청자가 드라마를 민감하게 보는 건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제작자에게 사극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장르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슈룹’은 16회 중 8회까지 방송을 마친 상태다. 절반의 항해를 마친 지금, ‘슈룹’은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슈룹’은 시청자 사이에서도 관점을 어디로 두는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대중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드라마는 시청자가 소비한다. 대중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이해하고,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정 평론가의 설명이다. 정 평론가는 “문제가 된 요소들의 역사적 근거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남은 8회 동안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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