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패티김 뜨니 전 세대 활짝 [가봤더니]

‘불후의 명곡’ 패티김 뜨니 전 세대 활짝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2-11-14 08:00:02
KBS2 ‘불후의 명곡’ 가수 패티김 스틸컷. KBS

“오케이~?” “굿!” 경쾌한 목소리가 장내를 또랑또랑하게 울렸다. 헌정 무대를 준비한 후배 가수에게 응원과 격려를 전하면서 관객과도 꾸준히 눈인사를 나눴다. 고령의 나이에도 그의 눈엔 총명한 빛과 열정이 가득했다. 가창력부터 여유 있는 무대 매너까지 그대로였다. 은퇴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전설로 꼽히는 가수 패티김이 KBS2 ‘불후의 명곡’에 돌아왔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KBS2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 녹화가 진행됐다. 패티김이 대중 앞에 선 건 10년 만이다. 그는 2012년 KBS2 ‘불후의 명곡’ 특집에 출연한 뒤 이듬해 10월 콘서트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외국에서 거주 중인 그는 후배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방청객 연령대도 다양했다. 10대부터 80대 노부부까지, 관객 520명이 저마다 기대감에 부풀어 KBS를 찾았다. 녹화 전부터 객석엔 설렘이 만연했다. 패티김 편은 총 3주분으로 기획됐다. ‘불후의 명곡’이 3주분 편성을 결정한 건 가수 조용필 편 이후 두 번째다. 이날 녹화는 가수 박기영, 옥주현, 빅마마 박민혜, 스테파니&왁씨, 황치열, 서제이, 국악 밴드 억스, 김기태, 포레스텔라, 조명섭, 아이돌 그룹 디케이지(DKZ), 이병찬,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첫사랑 등 14팀이 함께했다. 

KBS2 ‘불후의 명곡’ 가수 패티김 스틸컷. KBS

이날 녹화의 포문은 패티김이 열었다. 무대 위 길게 드리워진 은막에 패티김의 실루엣이 비치자 숨죽이던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가만히 서있던 그가 양팔을 날개처럼 들어 올리자 탄성은 환호로 바뀌었다. 막이 떨어지고 패티김의 모습이 드러나자 함성 소리가 KBS 홀을 가득 채웠다. 관객 반응을 만끽하는 패티김의 얼굴엔 행복과 만족감이 완연했다. 대표곡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의 반주가 흘러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진 그는 우렁찬 성량으로 전율을 일게 했다. 10년 만에 무대에 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전한 에너지를 보여준 그에게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노래를 마치고 곧장 인사를 건넨 패티김에게는 또 한 번 함성이 쏟아졌다.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던 패티김은 이내 감정이 북받쳐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린 그는 글자마다 진심을 꾹 눌러 담은 듯 소감을 전했다. “여러분이 저를 그리워한 만큼이나 저도 여러분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무대가 그리웠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60년 전 데뷔 때만큼이나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설렙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KBS2 ‘불후의 명곡’ 가수 패티김 스틸컷. KBS

녹화는 시종일관 들뜬 분위기로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후배 가수들은 저마다 개성을 담은 편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애절한 사랑노래를 소화한 박민혜를 필두로 풍부한 가창력을 선보인 박기영, 짙은 호소력을 보여준 김기태, 국악 편곡을 소화한 억스와 하모니가 돋보인 포레스텔라 등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테파니와 왁씨는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예 첫사랑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분투도 빛났다. 패티김은 후배들의 무대에 엄지를 치켜들며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에 몰입하는 눈빛은 그윽하면서도 반짝였다. 곡 관련 비화를 재치 있게 소개할 땐 청중에 웃음을 안겼다. 신인 그룹들에게 무한한 격려를, 걸출한 기성 가수들에게는 칭찬과 개선점을 이야기하는 등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녹화하며 패티김은 이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누가 이겨도 상관없어요. 다 1등이야. 오케이?” 녹화장에 존재한 모두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패티김과 동시대를 살았던 중장년 방청객은 녹화 중간마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젊은 날을 반추했다. 장시간 녹화에도 이들은 지칠 줄 몰랐다. 패티김을 잘 모르던 젊은 세대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DKZ를 응원하기 위해 녹화장을 찾은 20대 김모씨와 30대 최모씨는 “패티김 선생님을 잘 몰랐지만 무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막상 노래를 들어보니 아는 곡들이었다. 대단한 가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패티김의 열혈 팬을 자처한 한 방청객은 “국내에서 열었던 콘서트를 거의 다 갔다”면서 “오늘이 꼭 꿈 같다. 믿기지가 않는다”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은 오는 26일부터 3주 연속 방송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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