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사진들이 오늘에게 프러포즈
- 권 작가 “어르신들 좋아해 작업 이어갈 것”
“오메! 50여 년간 어둡고 좁은 곳에서 이리도 고요히 숨쉬고 있었는가? 자네나 나나 주름진 얼굴에 검버섯이 늘어부렀구만. 나는 늙고 자네는 낡았구려…
세월의 주름 앞에서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마주보네!”
전라남도 어느 땅 끝 마을, 주름 가득한 노부부가 모처럼 꺼내든 옛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주보며 웃는다.
사진가 권산 씨가 빛바랜 사진들을 서랍장 속에서 꺼내 그 시절과 똑 같은 모습으로 사진으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권 작가는 지난 달 전남 해남군 화원면 노송리에서 1968년 전통혼례를 치렀던 전통혼례사진 속의 주인공과 그 자손들 50여명(4대)을 어렵게 한자리에 모았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준수(81)·이복심(78)부부이다.
모처럼 모인 가족은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현재까지 잘살았다며 서로를 다독이며 훈훈한 정을 나누었다. 장남인 김대훈(54)씨는 “앨범 속 옛 사진들이 핵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함께 모여 함박웃음 지으며 살자고 프러포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산 작가는 “잊혀진 풍속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빛바랜 사진들이 서랍장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잊고 지냈던 40~50년 전의 시간을 어르신들께 돌려드리니 정말 고마워한다. 보람이 크다.”면서 앞으로도 리마인드(remind) 사진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땅 끝 해남에서 시작한 이야기 홀씨들이 이 마을 저 마을로 퍼져나가 지역의 꽃이 되고, 역사의 씨앗이 되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서 강강수월래꽃으로 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