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열 수험생 교차지원, 올해에도 지속될 듯
전년도에 이어 올해에도, 수학에서 동일한 원점수를 받았어도 확률과 통계를 치른 학생들에 비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이 높은 점수(표준점수, 백분위)를 취득했다. 더욱이 올해 국어가 평이하고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어 수학이 입시에서의 key가 되면서, 수학 고득점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 됐다. 국어 영역에서는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화법과 작문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자연계열 수험생의 경우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정시에서도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올해에도 높은 점수를 받은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선택과목 제한을 두지 않는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사회탐구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작년과 같은 탐구에서의 이점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과탐 응시자의 표준점수가 사탐 응시자에 비해 대체로 높게 형성되면서 탐구 영역에서도 자연계열 학생들이 유리한 상황에 있었던 점이 교차지원을 더욱 촉발했다고 할 수 있다.
교차지원 많은 모집단위, 지원 시 주의점은?
교차지원은 수학 반영비율이 높은 인문계열 모집단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고, 올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래의 표는 12월 13일, 진학사 합격예측 서비스에 수험생들이 모의지원한 상황 일부를 나타낸 것이다. 인문계열이지만 수학 반영비율이 40%로 높은 한양대 경영학부의 경우(국:수:영:탐=30:40:10:20), 모의지원자 중 미적분과 과탐을 응시한 자연계열 수험생이 3분의 2을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상위 순위에 해당하는 학생 중 상당수가 자연계열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경우, 인문계열 학생들끼리 경쟁할 때에 비해 합격선이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문계열 학생들은 이런 점까지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자연계열 학생들은 인문계열 모집단위를 지원하기에 앞서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잘 판단해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평균 백분위가 인문계열 학생들보다 대체로 낮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수학 반영비율이 높다 보니 다른 영역의 점수가 다소 낮더라도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취득한다면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이고, 그렇게 될 경우 국어, 수학, 탐구의 평균 백분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전년도 입시결과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에서 입시결과를 발표할 때 대체로 평균 백분위 70% cut을 공개하는데, 70% cut에 해당하는 학생이 영역별로 어떤 점수를 받았느냐에 따라 평균 백분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보더라도, 실제 순위와 평균백분위 순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표의 9번이나 15번과 같이 수학을 매우 잘 본 학생이 70% cut에 있다면 해당 모집단위는 입결이 다소 낮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반대로 수학 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다른 영역이 이를 커버한 경우라면 평균 백분위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높을 수 있다.
이처럼 대학의 합·불을 결정하는 환산점수 순위는 단순 표준점수 합이나 평균 백분위와는 다를 수 있다. 기존에도 그러했지만, 지원참고표나 전년도 입시결과는 참고일 뿐 절대적인 가이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통합수능 체제하에서는 더욱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통합수능으로 인해 자연계열 학생들이 교차지원 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많은 수험생이 알고 있다. 인문계열 학생들은 이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고, 자연계열 수험생은 교차지원을 기회로 삼되, 무조건 지원하기보다는 해당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 충분히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