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호 경기 군포시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취임 6개월도 안 돼 불가능해 보였던 굵직한 숙원사업들을 풀어나가면서 ‘소리 없이 강한 시장’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 시장이 이룬 첫 성과의 방점은 군포시민의 숙원이던 산본천 복원사업에 찍혔다. 환경부가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지역맞춤 통합하천사업’은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예산권을 움켜쥔 기획재정부가 지방하천은 국고 보조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22일 환경부가 발표한 통합하천사업 대상지 전국 22곳 가운데 산본천 등 지방하천 4곳이 포함되면서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하 시장의 발로 뛴 열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 시장이 취임 초부터 안양시 등 6개 지자체장들을 만나 설득해 온 함백산 추모공원 가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군포시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하 시장이 당협위원장이던 올해 초 추진했던 서울시 소유 옛 엘림복지원(현 서울남부교육기술원) 매입도 실타래가 풀리고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협의했고, 내년 초 실무자간 본격 세부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산본천 복원에 어떤 반전이 있었나.. 2000억 사업비 산본 지형 바뀌나.
환경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한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은 치수ㆍ수질ㆍ생태 등 부처별로 개별 추진돼 왔던 하천 사업을 통합해 새롭게 추진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관리 등 치수대책뿐 아니라 하천 개선을 통해 주민 여가와 휴식 등 친수공간 조성이 핵심이다.
국비 50% 지원이라는 명목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모에 뛰어들었다. 기초자치단체 재정여건으로 소화하기 힘든 대단위 사업을 해결할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9월 평가위원회를 열어 공모에 참여한 도내 15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평택 안성천, 군포 산본천, 고양 창릉천을 환경부에 제출할 신청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선정에 앞서 지난 9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발표평가에는 하 시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지자체간 경쟁도 치열했다.
전국에서 광역자치단체들의 1차 심사를 통해 환경부에 제출된 하천은 총 46곳. 이 가운데 기재부의 국고보조 대상인 국가하천이 절반을 넘어 지방하천은 제외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하 시장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환경부 등 각계 인사를 만나 지방하천도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고, ‘산본천 선정’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기재부의 입장변화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던 이 사업이 반전을 맞은 셈이다.
총 사업비만 1916억에서 국비 50%, 도비 35% 지원을 가정하면, 실제 군포시 부담 재원은 300억 남짓이다. 10년에 걸친 장기 사업으로, 한얼공원 삼거리에서 금정역까지 1.44㎞ 구간의 복개박스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생태하천 등 친수공간으로 조성된다. 주변 재개발사업과 GTX사업 등 산본천 주변 연계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하 시장은 “1기 산본신도시는 정부가 주도한 계획도시로, 산본천을 덮고 그 위에 도로를 개설해 지어졌다”며 “지난 8월 집중호우로 1500여 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는데 주요 원인이 복개된 산본천 때문”이라며 하천복원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군포시 인구 절반 가까이 산본천 주변에 거주하고 있다”며 “일부 구간 토지확보 등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함백산 추모공원 가입, 초읽기 들어간 군포시
하 시장이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함백산 추모공원은 지난해 7월 개원한 종합장사시설이다. 화성, 안양, 부천, 시흥, 안산, 광명시 등 6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1700여억 원을 들여 화성시 매곡면에 연면적 1만6942㎡ 규모로 조성했다.
화장로, 봉안시설, 장례식장이 구비돼 있으며, 6개 지자체 시민들은 화장비용 16만 원(관외 100만), 봉안시설 50만 원(관외 100만) 등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다.
군포시가 연간 10억 원 가까운 장례지원비를 시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200억 원에 달하는 재가입 예산도 큰 부담은 아니다. 함백산 추모공원이 군포시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지리적 접근성도 유효하다. 특히 군포시 노인인구 비중은 현재 15%를 넘어선 고령화 사회 단계에 진입했다.
군포시는 지난 2014년 함백산 추모공원 공동건립 당시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불참을 결정했고, 2018년 재가입을 추진했으나 6개 지자체장 만장일치 승인 여부 불투명 등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시장은 지난 7월 취임 뒤 안양시 등 6개 지자체장들을 만나 재가입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했고, 형평성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일부 반대 의견도 제기됐으나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자체별 의회 통과라는 마지막 문턱만 넘으면 된다.
지난 9월 열린 함백산 추모공원 6개 지자체 협의회에서 기존 2만6514기 봉안시설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안이 합의됨에 따라 재가입 명분도 커졌다. 하 시장은 향후 관내에 시민들이 이용할 납골당 설치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서울남부기술교육원 부지 시민 품으로.. 서울시장과의 협의 ‘순풍’
옛 엘림복지원(현 서울남부기술교육원)은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교육기관으로, 산본신도시 고산로 589에 위치한 면적 총 5만8623㎡ 규모다. 1988년 개관해 운영 중으로 부지 매입비는 약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19일 하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나 서울남부기술교육원 개발방안 등 상생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유일하게 시 외부에 위치해 있어 운영, 관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하 시장은 “산본신도시 내 노른자 땅인 서울남부기술교육원은 내가 당협위원장이던 올해 초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논의를 진행했고, 현재 군포시가 매입해 활용하겠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며 “내년 초 실무자간 구체적 매입방안이 협의되면 시민을 위한 주거복지문화 공간으로 개발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입에 앞서 주차장을 개방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군포=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