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아닌 축제였다. 드라마 종합 시청률로만 3년 연속 2049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여러 흥행작을 배출한 만큼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31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2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끝내 웃은 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이끈 배우 김남길. 최고 시청률은 8.3%였으나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호평을 얻은 드라마다.
SBS는 시청률과 관계없이 골고루 상을 배분하며 한 해를 행복하게 마무리 지었다. ‘천원짜리 변호사’와 ‘치얼업’,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내맞선’, ‘왜 오수재인가’, ‘소방서 옆 경찰서’, ‘어게인 마이 라이프’ 등 여러 작품이 다관왕을 차지했다. ‘우리는 오늘부터’, ‘오늘의 웹툰’ 등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챙겼다. 김남길, 김래원, 남궁민, 서현진, 이준기 등 대상 후보만 다섯 명이었던 만큼 이들의 재치 있는 입담도 빛났다. SBS 연기대상의 인상적인 순간을 쿠키뉴스가 정리해 봤다.
“연기는 유명세로 하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
치열했던 대상 경합의 승자는 김남길이었다. 2019년 ‘열혈사제’로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3년 만에 거둔 쾌거다. 벅차오르는 얼굴로 단상에 오른 그는 “연초에 방송해서 기대를 정말 조금도 안 했다”면서 “소재가 어렵고 대중성이 부족해 망설였던 작품이다. 사랑해주신 분들 감사하다”며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흉악범을 연기해준 배우들 덕분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분들을 보며 연기는 유명세로 하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며 고마움을 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면서 “낮밤 가리지 않고 애써주는 경찰 분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전국의 모든 프로파일러 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며 기뻐했다.
“무서워말고, 그냥 해!”
첫 수상의 감격을 안은 배우들은 행복을 만끽했다. ‘치얼업’으로 데뷔 16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한 이은샘은 “상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해서 가족들이 저를 응원하는 게 미안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한 말이 있다. ‘그냥 해’라는 말이다. 내가 좋으니까 그냥 하자는 마음으로 버텼다”면서 “이런 자리에 오르면 저처럼 꿈 좇는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하고 싶으면 무서워말고 그냥 하길 바란다”고 씩씩하게 말해 감동을 안겼다. ‘천원짜리 변호사’로 조연상을 받은 공민정 역시 눈물과 함께 “여태까지 묵묵하게 열심히 했다는 걸 응원한다는 의미로 알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뭉클한 소감도 있었다. ‘소방서 옆 경찰서’로 조연상과 우수상을 각각 수상한 강기둥과 공승연은 제작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 이힘찬 PD를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다.
“정신 차려, 진선규!”
의외의 수상과 받을 걸 이미 알고 있던 수상이 공존했다. ‘천원짜리 변호사’에 특별출연해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은 이청아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처음으로 상 받을 걸 알고 왔다”고 솔직히 말해 박수받았다. 반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우수상을 받은 진선규는 깜짝 놀라 말을 쉬이 잇지 못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고 운을 뗀 그는 “아무 준비도 안 됐는데… 정신 차려, 진선규!”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웃음을 안겼다. ‘사내맞선’으로 안효섭·김세정과 함께 나란히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김민규·설인아 역시 “저희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며 “‘사내맞선’ 팀 모두가 베스트 커플상을 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남겼다.
“너무 빨리 불렸는데…”
대상 후보였던 서현진, 남궁민, 이준기는 최우수상과 감독상 등을 나눠 수상했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로 최우수상을 받은 이준기는 “열심히 시상식을 즐기다 깜짝 놀랐다”면서 “대상 타면 이야기하려고 소감을 장황하게 준비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천원짜리 변호사’로 감독상에 해당하는 디렉터즈 어워드를 수상한 남궁민 역시 “내 이름을 왜 이렇게 빨리 발표했냐”고 농담을 던져 현장을 웃음으로 채웠다. 이어 “과정 없이 결과로만 드라마를 평하는 분위기가 마음 아팠다”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환호받았다. ‘왜 오수재인가’로 최우수상을 받은 서현진은 “가장 감사한 사람은 시청자”라며 “일면식도 없는 배우들을 지지하고 사랑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많은 플랫폼 중 하나를 선택해 일주일에 두 시간을 할애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게 끝인가요?”
대상 후보들은 진행자 신동엽도 쥐락펴락하는 걸출한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신동엽이 새해 소망을 묻자 남궁민은 대답 후 “이게 끝이냐. 곤란한 질문을 할 줄 알았다”고 말해 그를 당황시켰다. 서현진과 김남길은 새해 소망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져 자영업자분들이 힘내길 바란다”, “금리가 6%대라 충격이다. 경제가 많이 좋아져 편안한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답해 웃음을 더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