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란 측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는 대통령실 반응이 나온 가운데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현지 발언은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은 한국과 이란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연일 대통령의 말실수를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며 발언의 의미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이란 측에 오해를 살 만한 일이라는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말이 사실과 다른 말일까.
1979년 이전부터 친미 성향을 띄워 온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아야톨라 호메이니에 의해 무너지면서 ‘이란 혁명’일 일어난다.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공화국의 체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별도의 군사조직이 혁명수비대다. 이란 헌법에도 혁명수비대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명기했다.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막강한 존재인 셈이다.
혁명수비대의 전성기는 반미의 선봉에 섰던 대미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05~2013년이다. 국내 질서 유지권과 외교안보 정책 주도권까지 혁명수비대로 넘어갔다.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혁명수비대가 대통령 수호를 명목으로 시위를 유혈 진압했다.
혁명수비대는 군사 활동뿐만 아니라 건설과 에너지 분야의 기업 상당수도 관할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혁명수비대가 관여하는 기업의 경제활동 규모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돈의 규모 및 용처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미국이 지난해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것도 이들이 단순한 군사 조직 이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2020년 1월 9일자 중앙일보 <대통령도 때린 이란 혁명수비대…적국엔 ‘한국’ 동맹국 ‘북한’> 제목의 기사에는 “혁명수비대 관련 위키피디아엔 적군 리스트가 명시돼있는데, 이 중엔 ‘South Korea(한국)’이 태극기와 함께 적시돼있다. 반면 동맹국엔 북한과 인공기가 올라있다.”고 위키피디아 캡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여당 한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UAE를 이란의 적이라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명시했고, 혁명수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 직할 조직으로 이란이 이미 UAE를 적이라고 규정 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 이란 외교논쟁을 일으키기 보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틀리지 않은 사실에 기초했고 이란혁명수비대에도 이미 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라며 “야당이 국익활동으로 300억 달러 한화 약 40조원나 유치해 낸 대통령의 국익외교에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엉터리 정보로 논쟁을 일삼았다는 것은 야당의 주적이 북한인지 자국 대통령인지 의심케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야당이 있으니 대통령의 인기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약 40조라는 엄청난 국익창출에 박수치고 격려하는 야당을 바라겠는가 아니면 엉터리 정보로 발걸이 생떼 쓰는 매국야당을 바라겠는가. 국민의 수준이 야당의 허풍에 동요하겠는가”라며 민주당의 자중을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 안호영 수석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경솔한 입에 국민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이란이 한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독자 핵무장 발언까지 문제 삼아 해명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부끄러움은 왜 항상 국민 몫이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양국이 서로 대사를 초치하면서 한-이란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도리어 UAE와의 관계도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UAE와의 비밀군사협정으로 불똥이 튀면 국익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안 수석 대변인은 “국내 원유 5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무지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이 외교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이란은 동결 자금 문제 등으로 얽혀있어 각별한 외교적 관리가 필요한 국가이다. 그런데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외교적 부채만 쌓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